[행복 EASY] 한부모,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 가장 중요

이경희 / 2023-02-09 08:45:14
최명선 맑음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소장 인터뷰

해브투 뉴스는 ‘다함께 행복하자’(HaveTo Single Happiness)라는 슬로건을 토대로 우리 모두의 목표인 ‘행복’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행복EASY는 “이런 것이 행복이지, 행복은 쉽지” 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전문가를 비롯해, 한부모들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면서 행복은 정말 가까운 곳에 있다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입니다. (편집자의 주) *한부모 인터뷰는 실제 사례를 통해 각색과 가명을 써야하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최명선 맑음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출처=해브투뉴스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과 아이들의 마음이 맑은 날씨로 가득하길 희망한다는 최명선 소장. 그녀의 목소리는 센터의 이름처럼 맑고, 밝고, 활기로 가득한 것을 인터뷰 내내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1번 출구에 위치한 ‘맑음’ 아동청소년 상담센터(이하 맑음)을 방문해 센터가 내담자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교수에서 상담가로 인생 2막

대학교수로 있었던 최명선 소장은 대학시절 아이들을 돌봐주는 자원봉사를 하다가 상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대학에서 근무하는 동안 강의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어려워 상담일에 몰입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상담센터를 열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엔 상담사들의 대우가 좋지 않은 편이어서 동종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대우를 하면서 훌륭한 선생님을 모셔왔고 지금도 상담자들의 실력면에서 자부심이 크다. 최명선 맑음 소장은 “맑음은 정서치료기관으로 시작을 했지만, 여기에 신경학적 접근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정서상담 기법으로는 상담이 오래 걸리고 해결이 안 되는 문제행동이 늘어나서다. 타 상담센터와의 차별화가 여기서 드러난다. 소장과 상담원 모두가 뇌와 감각통합, 청지각과 연관된 공부를 시작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를 교육하는 기관으로써도 맑음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동료이자 선·후배인 상담 선생님, 모두가 베테랑

상담 선생님들은 석·박사 때부터 오랫동안 공부를 같이 해왔고 다년간 임상 현장에서 근무한 사람들로 베테랑들이다. 최명선 소장에게 있어 선생님들은 같은 동료이자 사랑하는 선·후배이기도 하다. 또한, 정서치료만으로 아이들을 치료할 수 없다는 뜻을 같이하면서, 뇌공부와 심리치료에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고, 초보상담자들을 교육하는 팀도 구성돼 있다.

최 소장은 요즘 아동, 청소년 상담 뿐 만 아니라, 성인이나 부부 상담도 같이 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부모가 자신의 힘든 점을 해결하기 위해 따로 상담을 받기는 굉장히 어렵다. 이유는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과 어려움이 강력해서다. 그는 “일반 성인 상담을 가면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해 공부한 분들이 많이 없어 상담자 본인의 양육 노하우를 가지고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의 문제행동으로 인해 힘들어 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할때는 일상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을 도와주려면 양육상담이 병행되어야 하는데 그런 전문성 면에서는 현재의 상담접근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 소장은 아동 상담경험에 더해 성인 상담을 더 공부한 경우로 아동문제나 부모양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성인을 만날 수 있어 효과가 높고, 보람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맑음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입구 모습 출처=해브투뉴스

 

상담,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

상담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지치고 힘들 때 조차도 내담자의 생체기를 받아주고 담아주고 지탱해줘야 한다. 최명선 소장은 “ 내담자들이 치유되는 과정은 힘들지만 성숙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이다”라며 “이런 내담자들과 만나면서 늘 내 삶도 돌아보게 되는데 나도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담은 내담자와 내가 함께 성장해 가는 길, 다시 말해 상담이라는 이 길은 나의 내담자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해오기도 했지만 상담자인 나도 한 인간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도 성장해 온 길이였다”고 덧붙였다.

상담 후 날씨처럼 맑아지는 느낌, 그래서 ‘맑음’

상담을 받기 전 내담자들은, 마음에 비가 내리는 사람, 수많은 어려움으로 비바람에 맞서며 지쳐가는 사람, 막막한 안개속을 걸으며 헤매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힘들어서 온다.
그런데 성공적으로 상담을 종결 해본 사람은 마지막 상담을 마치고 상담실을 나서는 그 순간에 마음에 햇살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는다.
최 소장은 “상담 과정중에는 힘들다가 나아지다가를 반복하면서 때로는 다시 비가 오고 다시 비바람이 불며, 짙은 안개로 앞이 안보이는 것 같지만 그 길을 잘 버티고 상담이 막바지에 이를 때는 마음으로 점점 햇살이 들어옴을 느낀다. 마음의 날씨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 때문에 ‘맑음’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상담자로서 탄탄한 내실을 기하고자 교육분석을 3차례나 받았다고 한다. 시작한 상담이 종결될 때 즈음 마음에 내리든 비가 멈추고 삶이 수월하고 가벼워지는 그 경험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맑음 놀이 치료실 출처=해브투뉴스

 

우울·불안 많은 청소년, 탈출 통로가 없다

상담에도 흐름이 있다. 코로나 이후 주의집중이나 친구관계, 학습문제로 상담을 많이 온다. 청소년은 우울 및 불안문제, 등교거부가 정말 많다. 그는 “아이들이 자신의 고통을 증상으로 분명 신호를 보냈을 텐데도 부모는 변함없이 공부를 놓지 못한다”며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신호를 줘도 안 받아주는 구나라며 더 강한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가벼운 우울감으로 주었던 신호가 자해나 자살, 은둔형까지 발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많은 아이들이 인지적으로 공부쪽으로만 집중해서 가르치다보니 자신의 정서를 처리하거나 표현하는 쪽으로는 약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최근에는 등교거부나 또래관계 문제도 많다. 또래관계는 경험을 통해 극복되고 개선이 돼야 하는데 관계경험을 해야 할 시간에 학습만 하게되니 원래가지고 있던 소인이 상쇄가 안되고 꽃이 피게 된다고 했다. 또한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힘든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우울과 불안으로 발전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내 자신을 상담자로서 공부하게 한 친구

한 내담자는 최 소장 삶에 많은 영향을 줬다. 적응이나 학습에 집중이 힘들었던 아이의 경우다. 이 가정은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다자녀를 둔 엄마는 우울감과 양육스트레스가 심했고, 아빠도 사회적으로 훌륭했지만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이니 좌절감이 엄청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부관계 뿐 만 아니라, 형제자매 관계,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도 손상이 생겨 전체적으로 가족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는 “이 내담자는 상담자인 나를 더 강하게 버티고 공부하도록 했고 때로는 시험에 들게 했다”고 회상했다. 모상담, 부모가 함께 상담, 부상담, 아이상담 모두를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 관계에 손상을 가진 아이여서 상담관계를 형성하는 대도 어려움이 있었고, 수시로 센터로 연락을 해 문제를 알려왔고 많은 에너지 뺏겼다. 말그대로 그 가족의 고난과 역경을 함께 해결해갔다. 그는 “힘들었지만 나를 상담자로서 더 단단하게 만들고, 공부하게 만든 아이였다”라며 “이 아이를 만나고 나니 가족내에서 좋은 자원이 많은 내담자에게 감사함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상담실 모습 출처=해브투뉴스

 

한부모, 사춘기 아이들과 ‘대화’가 중요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사춘기는 이들에게도 아주 힘든 과정이다. 그런데 부모가 ‘너라도 공부 열심히 해서 혼자 있는 나를 보상해 줘야지?’ 라고 할때가 있다. ‘아이는 아이로서 사춘기를 겪어야 하는데 불쌍한 부모를 위해서 좋은 자식까지 되어야 하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라며 아이와 부모를 지원해주는 체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최 소장은 “이혼을 하면 함께 살지 않는 부모를 적대시 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이 사는 부모가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합리화를 하기 위해서도 더 머릿속에 나쁘게 심어준다”고 했다. 부모와 가족안에서 자기에 대한 정체감을 형성해야 하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이런 상황은 너무도 힘들 것이다. 이럴수록, ‘엄마·아빠는 사랑해서 너를 낳았고 지금도 너를 너무 사랑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잘 맞지 않아서 이혼을 하게 되었음을 설명해 ’한부모 가정에서 살고 있지만 자신은 존귀한 존재임을 알고, 부정적 자기표상‘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아빠가 아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학원 앞에서 기다렸는데, 아이는 아빠를 유괴범처럼 느끼며 공포에 빠진 적이 있었다. 엄마가 아빠를 너무 적대시하는 얘기만 해왔고, 그 얘기를 항상 듣고 있던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아빠는 나쁜 사람이고 나를 해칠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빠가 날 보고 싶어서 왔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 돼야한다.

그는 “이 아이들을 상담하더라도 집에서 부모가 이런식으로 복병 역할을 하면 아이들이 커서 이성관, 결혼관이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부모 가정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일지라도 건강히 살도록 해 주려면 전문적인 양육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부모 역시 양쪽 부모의 역할을 다 해주려는 마음을 갖지 말아야 한다. 과책임을 가지는 것도 아이들에게 온전하게 좋은 역할을 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족내에서 한쪽 부모가 부재하더라도 남성성, 여성성이 잘 형성 될 수 있도록 주변사람이나 삼촌과 이모 등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성실한 부모의 태도 키워야

한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죄책감의 연속된 양육을 할 소지가 높다. 이런 최책감이 양육의 주된 정서가 되면 안된다. 현실에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부모 일지라도 단호한 역할을 할때와 애정적 역할을 할때는 제대로 해야한다. 최 소장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좋은 가정과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죄책감은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입장에서는 그 나이에 맞는 욕구 등을 적절하게 얘기해야 한다. 아이는 아이고 부모는 부모임을 경계 짓고 각자 자신에게 맞는 역할을 했을 때 나중에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는 길임을 알려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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