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장애인활동지원사 매칭 전문 플랫폼 오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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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 전민선 대표 출처=해브투뉴스 |
장애인 활동지원 제공기관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활동지원사의 지원이 없으면 일상이 멈추는 장애인 당사자이지만, 제공기관에 신청 후 매칭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대기가 이어지는 사이 한편에서는 일하고 싶지만 대상자를 찾지 못해 쉬고 있는 활동지원사들이 많았다.
필요로 하는 서로가 있음에도 연결되지 않는 상황. 오프라인에서만 매칭이 이뤄지는 시스템, 기관에 등록된 정보에만 의지하다 보니 장애인 활동지원사 매칭 전문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준비했다. 이달 말 장애인과 활동지원사를 연결하는 매칭 플랫폼 오픈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분주한 ‘행복한 오늘’ 전민선 대표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멈춰버린 일상… 장애인-활동지원사 매칭 플랫폼 만들다
전민선 대표는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과 안타까움을 바탕으로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전 대표는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매칭은 지자체마다 있는 제공기관에서 오프라인으로만 이뤄지는데 그 과정에서 늘 대기하는 장애인 당사자가 있고, 또 활동지원사도 있었다”며 “연결을 원하는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사 간 조건이 서로 맞지 않아 매칭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활동지원사는 길게 일하고 싶은데 장애인 당사자의 서비스 시간이 짧거나, 힘들다는 이유로 중증 장애인과의 매칭을 꺼리는 등의 사례다. 만약 갑자기 활동지원사가 그만둔 경우에는 사실상 생활이 어려워진다. 그녀는 “새로운 활동지원사가 구해질 때까지 장애인 당사자의 일상은 멈추는 것”이라며 “급한데 매칭이 안되면 너무 속상했다”고 회상했다.
약 4년 동안 활동지원 제공기관에서 일하다 보니 ‘왜 활동지원사 전문 플랫폼은 없을까’,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품게 됐고,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예비 창업자 과정을 통해 멘토링을 받으며 7개월 간 준비했고, 연말 법인 설립과 올해 1월 사업자 등록까지 마치며 본격적으로 플랫폼을 만들었다.
장애인 비율 5%인데 ‘활동지원사’ 생소… 어떤 역할하나
전 대표는 매칭 플랫폼 소개에 앞서 장애인 활동지원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녀는 “활동지원사는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을 지원하는 것으로 장애인 당사자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생겼다”며 “생긴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 활동지원사는 모르는 분들이 많아 만나는 사람들마다 설명하는데 한참 걸린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활동지원사이지만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는 중요한 제도다. 전 대표는 “활동지원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넘어 할 수 없던 일들을 하고 되고 사회생활도 가능해지면서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 수준인데, 이들이 모두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심사를 통해 지원이 필요한 경우 식사지원부터 체위 변경에 이르기까지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부연했다. 한 명의 장애인 당사자가 여러명의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활동지원사 역시 여러 장애인과 매칭돼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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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 전민선 대표 출처=해브투뉴스 |
워크 이음 통해 정보 제공, 빠른 매칭 가능해진다
행복한 오늘에서 만든 장애인 활동지원사 매칭 플랫폼은 ‘워크 이음’이다. 플랫폼은 PC형과 모바일에서도 볼 수 있도록 반응형 두 가지로 제작했다. 제공기관이 주로 PC를 사용하고,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불편해하는 분들이 많아 선택한 방식이다.
플랫폼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본인의 정보를 등록하고 조건에 부합하는 매칭 상대가 있을 경우 정보 열람을 통해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다. 정보 등록은 회원가입만 하면 무료로 가능하며, 정보 확인을 원할 경우에만 열람권을 구매하면 된다. 회원 유형은 장애인 당사자, 활동지원사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제공기관 등 세가지로 나뉜다.
전 대표는 “플랫폼의 역할은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라며 “정보 열람을 통해 서로 필요한 사람을 찾고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사를 빠르게 이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칭은 반드시 제공기관을 통해서만 가능하기에 최종 등록은 해당 기관에서 이뤄져야 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면 근거리 타지역 인력 매칭에도 용이한 부분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녀는 “지역을 넘어서 서로 정보를 볼 수 있으면 인접한 다른 지역에서의 매칭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부모가정 어려움 가중, 가점 제도 잘 살펴야
전 대표는 조심스럽게 장애아동을 둔 한부모가정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그녀는 “최근 한부모가족 비율이 늘어나고 있고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똑같지만, 이상하게 장애인 가정쪽에 더 많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며 “아무래도 장애아동을 키우는 일이 쉽지 않으니, 너무 삶이 버거워서 그런 경우가 많은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어 “만약 아이의 생활을 지원해주는 활동지원사가 없다면 한부모가정의 양육자는 경제활동이며 모든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아이를 잠시도 혼자 둘 수 없는데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하더라. 양육자도 숨 쉴 틈이 필요한데 꼼짝을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부모가족의 경우 가점 제도 등이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대표는 “활동지원사 지원 시간을 결정하는 기준이 장애 정도는 물론 생활환경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한부모는 특정 점수가 있어 시간이 더 플러스 되는 것으로 알고있다”며 “이런 부분을 잘 몰라서 신청을 못하는 사례도 많다”고 귀띔했다. 개별 특성과 상황을 반영해서 정보를 주기가 어려운 만큼 가점 제도를 잘 살펴보고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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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늘 전민선 대표 출처=해브투뉴스 |
장애인식 개선은 숙제… 교육 활동 병행할 것
행복한 오늘은 활동지원사 매칭 플랫폼과 더불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과 활동지원사 교육 등도 준비중하고 있다. 현재 활동지원사가 되려면 40시간의 이론교육과 10시간의 실습, 총 50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된다. 자격 시험 없이 교육만 들으면 이수증이 나오고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전 대표는 “활동지원 일을 하다보면 장애인 당사자와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활동지원사가 장애인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장애인식이 재정될 수도 있기에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종종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갖고 있는 준비되지 않은 활동 지원사들을 마주하면서 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느꼈다. 그러나 현실은 제공기관조차도 교육자료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전 대표는 “장애인 당사자를 불쌍하게 여기고 동정을 한다든지, 성인임에도 발달장애인이라고 해서 대접하고 존중하지 않고 반말을 하거나 아이 취급을 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며 “활동지원사로서 필요한 정보나 장애인식개선 교육 내용을 플랫폼에 많이 올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구독료를 내고 플랫폼을 이용하는 제공기관에는 교육자료를 무상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나아가 추후에는 오프라인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활동지원사는 제공기관에서 매년 8시간의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해당 교육은 대부분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진행하는데 전 대표는 관련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직접 인식개선 강사로 나설 수 있도록 준비중이다.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되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 대표는 “장애인식이 많이 개선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차별당하거나 배제되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녀는 “장애인 복지쪽에서 일하기 전에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구조였다는 것을 잘 못 느꼈다”며 “일해보니 너무 배제돼 있고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장애가 불편한 사회구조였다”고 답했다.
이어 “장애 때문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환경을 장애를 갖고 사는 사람이 불편하게 만들어놨다. (시선이) 불편하니까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집에만 있지 않냐”며 “저도 가족들도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는데 장애인식 개선에 대한 물음표와 문제의식이 많이 든다. 사실 장애인식 개선이 크고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행복한 오늘은 당분간 플랫폼 안정화와 홍보에 매진할 예정이다. 전 대표는 “플랫폼이 초기라 변수가 많아 바쁠 것 같다”면서도 “실제로 많은 분들이 방문하고 정보를 등록해 매칭 가능한 데이터가 많이 쌓이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홍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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