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월세 ‘관리비’...깜깜이 누명 벗으려면

금교영 / 2023-02-07 14:39:38
관리비 사각지대, 약 430만 임차가구 해당
단기, 중기, 장기적 원칙과 방향 설정해야
  출처=해브투뉴스

 

# A씨는 서울에서 아이와 셋이 살 수 있는 마땅한 전셋집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때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집이 나와 감사한 마음으로 입주를 했다.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와도 가깝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지역에 이런 집을 구하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최근 전세 연장 시기가 다가왔고 임대인은 주변 시세와 비슷한 금액으로 전세가 인상을 요청했지만, A씨는 자신의 사정과 법적 인상률 안에서 협의를 부탁했다. 그러자 임대인은 관리비 명목으로 비용을 크게 올렸다.

비아파트 세입자 관리비가 A씨 사례처럼 관리비에 임대료를 전가해 계약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 제한을 무력화하거나, 관리비 내역을 공개 않고 실질적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매월 정액으로 부과해 관리비가 사실상 ‘제2의 월세’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각지대 최소화 및 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현행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국토연구원 ‘깜감이 관리비 부과 실태와 제도 개선 방안’에 따르면, 비아파트 세입자 관리비 제도 공백으로 인해 내역 공개 없이 자의적으로 관리비를 부과하고 있다. 또 임대차법 개정 이후 계약갱신요구권 무력화, 임대차신고제 회피, 임대소득세 탈세 등을 목적으로 임대료 전가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소위 말하는 ‘깜깜이 관리비’ 문제는 비아파트 세입자에 대한 제도 공백에서 기인된다”며 “주택임대차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은 관리비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실제로도 관리비 내역 요구가 일반적이지 않은 관행 속에서 세입자가 관리비 내역을 요구해도 내역 공개는커녕 오히려 임대인과 갈등을 겪었다는 경험담이 있고, 관리비 내역도 공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리비가 부과되는 일명 ‘깜깜이 관리비’ 부과가 제2의 월세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임차인은 계약갱신요구권을 지니고 이때 임대료 증액은 5%를 넘지 못하는데, 상황이 이렇자 임대인은 별도의 규제가 없는 관리비에 임대료를 전가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차 신고 대상을 ‘보증금이 6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월 차임이 3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임대차 계약’으로 정하고 있어 이를 회피하기 위해 관리비에 임대료를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탈세 및 건강보험료 회피 수법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것이 윤성진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공적 지원이 이뤄지는 전세임대주택 및 민간등록임대주택에서의 관리비 악용 실패는 더욱 심각하다.

윤 부연구위원은 “이중계약, 임대료의 관리비 전가, 관실부실이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여기에 등록임대의 경우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악용사례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은 관리비 제도 공백 가구 규모를 추정하면 전체 가구의 약 20.5%에 해당하는 430만 가구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제도 공백에 노출된 잠재적 가구를 추정한 것으로 현재 실제 피해로 이어진 가구 비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도적 공백이 광범위하게 나타남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관리비 제도 공백 영향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임대차법 개정으로 인해 세입자에 대한 관리비 전가 유인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리비 비목 설정 및 공개 등에 관한 제도가 부재한 비아파트에서 전가 현상이 나타났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비아파트 임차 가구(실험군)의 단위면적 당 관리비는 대조군(아파트 또는 자가)0에 비해 77.6원/㎡ 추가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을 통해 원칙 및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그는 “단기적으로 현행 제도 범위 확대 및 실행력을 강화하고, 계약서에 관리비 반영 등을 통해 과도기적으로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며 “중기적으로는 임대인에 의한 관리비 부과를 제도화해 정책 방향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비아파트의 체계적 관리와 세입자의 사회적 지위 개선을 통한 근본적 문제 해결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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