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봄이 ‘곧’ 온다

하루 / 2023-02-07 10:11:40
봄은 이미 마음속에

필자 하루의 ‘하루수다’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루의 수다를 푸는 형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는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 하루와 함께 일상생활의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편집자의 주)

  만개한 벚꽃 출처=해브투뉴스

 

“올해는 절기가 느려서 겨울이 춥네”

오랜만에 술자리를 같이 한 친구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절기가 느려서, 그러니까 제 딴에는 올 겨울 이 더 추운 이유가 절기가 천천히 지나가기 때문이라는 거다.

난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이 친구야, 절기는 바뀌지가 않아. 하루 이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매년 똑같아”

친구는 의아한 표정으로 “절기는 음력 아냐?”라고 했고, 난 당당히 얘기해줬다. “아니, 절기는 양력이란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24절기가 음력을 기준으로 나뉘는 줄 알고 있다. 중국에서 넘어왔고, 한문으로 되어 있으니 당연히 음력에 따라 바뀌는 줄 알고 있는 거다. 그런데 사실, 절기는 중국의 태양력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양력이다.

매 년 같은 날짜(윤달 등으로 하루 이틀 달라지기도 하지만)로 절기가 돌아온다. 즉,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계절을 세분화 한 것으로,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각 6개의 절기를 둔다. 공평한 배분이다.

한국인들이 또 한가지 오해하는 게 있다. 십이지지(12마리 동물)를 상징하는 띠에 관한 얘기다. 지금이야 으레 양력이든 음력이든 새해가 오면 띠가 바뀐다고 하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띠는 태양력에 따른 절기력을 기준으로 한다. 24절기의 첫 번째 드는 절기인 입춘을 기준으로 띠를 따진다.

올해 들어오자마자 계묘년 새해가 벌써 밝았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계묘년의 진짜 시작은 입춘이 지나는 2월4일이다.

24절기의 시작, 봄의 시작인 입춘이 지났다.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들며 이때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한다. 입춘이 되면 추위가 풀릴거라 생각하지만 되레 더 추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생겨난 속담도 있으니 “입춘 거꾸로 붙여라”라는 것이다.

그런데 입춘의 ‘입’을 한자로 어떻게 쓸까? 봄으로 들어선다는 의미를 떠올리면 ‘ 들 입(入)’자를 사용해 ‘입춘(入春)’으로 쓰는 오류를 범할 때가 많다. 그러나 바른 표기는 ‘설 립(立)’자를 사용한 입춘(立春)이다.

중국 황제가 봄을 세운다는 의미에서 ‘立春’이라고 쓴다거나, ‘곧’이나 ‘즉시’라는 뜻에서 ‘곧 봄이다’라는 의미로 이 말을 쓰게 됐다는 설이 있다. 이는 곧 본격적으로 봄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제 곧 본격적으로 봄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제 곧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 금리 인상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난방비 폭탄’이다. 전기료, 가스비가 말도 안되게 올라 서민들이 받아 안은 부담은 그대로 고통이 된다. 한 달 10만원 하던 관리비가 올 들어 3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가구가 넘쳐난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유독 추운 겨울을 보냈어도 관리비영수증만 보면 온 몸이 더 바들바들 떨린다. 날이 푹 해져 난방도 줄이고 해야 좀 나아질까, 앞으로 더 오른다는 물가를 생각하면 앞날이 캄캄하다.

아무렴, 봄을 바라는 심정이 이 보다 절실할까?

그러나 염려마시라. 계절의 순리는 정확하니까. 입춘도 지나고 한 낮엔 제법 포근한게 마음 속에 벌써부터 작은 희망이 움트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봄이 곧 온단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뜻이 이 말이 올해만큼은 제발 ‘헛소리’이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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