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가보소]는 한부모가정의 양육자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코너입니다. 기자가 직접 가서 보고 소통한 글이며, 최대한 각색 없이 날것을 지향합니다. 평소 말하지 못했던 사연,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작성한 글로, 상황에 맞게 인물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될 수 있습니다.[편집자의 주]
평소 친한 지인과 통화를 하던 중, 서너번 본적 있던 분의 소식을 듣게되었다.
성실한 직장인이며, 주말에 복지원 봉사도 가시는 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던 분이, 일자리를 잃고 자녀와도 불화가 상당히 컸다는 소리를 듣고 조심스레 그분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그분은 안암동에 있는 병원에서 입원 수속 중이였고, 양해를 구하고 그분을 찾아갔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분을 뵙고, 인사를 하자마자 기자에게 한 말이었다.
배정된 병실에서 대기하며 그분의 사연을 듣기 시작했다.
"30여년간 열심히 일했고, 부유하지는 않지만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하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겨울 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때부터 일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일자리는 쉽게 얻지 못했고, 생활비는 일부 받은 퇴직금으로 충당을 했다. 허나 퇴직금을 일부만 받은 상태라 여유롭지 못했고 고정적인 지출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군대 다녀온 아들이 둘이 있지만, 직장이 없는터라 모든 생활비를 이분께서 감당하셨다.
"퇴직금으로 6개월 정도 버틴것 같아요. 그래서 생활비를 좀 줄여보자고 아이들에게 말했는데, 그 말을 잘못한것 같네요."
그때부터 두 아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아버지를 무시했고, 끊임없이 돈을 요구했다.
아버지에게 더이상 돈을 받을 수 없자, 둘째 아들은 집을 나갔고 큰아들은 술을 먹기 시작했다.
평소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큰아들을 타일렀지만 그게 오히려 더 화를 키운것 같다고 후회했다.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습니다."
30여년전 일찍 사별한 집사람을 대신해 혼신의 힘으로 두 아들을 키웠다.
아이들에게 엄마를 뺏은 것 같은 죄책감에 나무란적도 혼낸적도 없었고, 오로지 일만 했다. 아이들에게 엄마 역할을 해줄 수는 없지만, 경제적으로 부족함없이 해주고 싶었다.
일만 하느라 집안을 소홀히 한 탓이였을까?
아이들은 점점 버릇이 없어졌고,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미 후회가 들었을때는 아이들도 컸고, 본인도 지쳤었다고..
"세상에 부모때리는 자식 있다했지만, 제가 겪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큰아들이 술을 먹는것을 자제하려다 본인을 밀친것이 시작이였다.
처음에는 술취해서 실수한거니 생각했는데, 그 후 큰아들은 술만 먹으면 자신에게 욕설을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주먹으로 그의 배와 팔을 구타했다고 한다.
한숨지으며 말하는 그에게 기자는 어떠한 위로의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집에는 못들어갈 것 같다고..
그리고 이제는 살고 싶지 않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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