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가와 결혼해 딸을 낳은 A씨. 하지만 결혼 후에도 A씨는 육아에 동참하지 않고,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남편 때문에 외롭기만 했다. 결국 합의이혼을 결정했다. 그런데 남편이 A씨에게 건네준 인적 서류가 왠지 석연치 않아 주민센터에서 직접 발급을 받았더니, 남편은 전혼 전력이 있었고, 두 명의 자녀까지 둔 ‘돌싱남’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A씨는 문득 6개월 전에 받았던 우편물이 떠올랐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이라는 곳에서 보낸 우편물로, 그 당시엔 남편 앞으로 와서 뜯어보지 않고 그냥 뒀는데 뒤늦게 확인해 보니 남편이 자녀들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보낸 ‘독촉장’이었다. 이에 A씨는 남편과 시부모님께 모든 사실을 물어봤지만, 시부모님은 대답이 없었고 남편은 뻔뻔했다. 오히려 남편은 이혼하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이었고, 평소에 아이를 돌보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이 아이를 키우겠다고 했다. 남편은 점점 막무가내로 나갔다. A씨가 한 번은 딸을 데리고 외출한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억지로 아이를 떼어내서 달아나려고 한 적도 있었다.
A씨는 속아서 결혼한 게 너무 억울하고 아이를 빼앗길 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 결혼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상황이다.
2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최근 올라온 상담내용을 살펴보면, A씨는 믿어서 결혼했지만,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큰 배심감에 쌓였다.
상대방의 기망의 정도가 매우 심하지만, A씨와 상대방의 혼인생활의 실체가 없었던 정도는 아니어서 혼인무효를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견해다.
조윤용 변호사는 “다만, 우리 민법에서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 표시를 한 경우에 그 사유를 면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혼이 아니라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인데, A씨의 경우에는 혼인취소 사유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기를 이유로 혼인취소를 하려면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기망이어야 하는데, A씨의 경우 전혼, 전혼자녀를 둔 사실을 속인 것은 혼인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기망이라고 볼 수 있어서 혼인취소사유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용 변호사는 “그런데 다만 이 경우에 기망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며 “언제 사실을 알았는지에 대한 다툼이 될 수는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변조된 인적 서류를 건네받고 석연치 않아서 정식의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확인해 본 시점이 그 기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모르쇠 일간 시부모에게 위자료 청구?
A씨는 시부모님께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아들이 이혼한 사실과 이미 두 명의 자녀를 둔 것을 당연히 시부모님은 알고 있었을 것인데 며느리인 A씨에겐 밝히지 않고 비밀로 했다. 이런 시부모님에게 위자료 청구할 수 있을까
결론은 부부 당사자 아닌 제3자도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하였다면 제3자를 상대로 혼인관계 소송에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배우자를 위시해서 시부모님 상대로 한 위자료청구소송을 하는 사례들도 있다.
문제는 A씨의 경우에 시부모님이 남편의 기망행위에 적극적으로 동참을 했거나 사실 은폐를 지시한 정도에 이르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면, 부모가 아들의 전혼 사실이나 자녀 유무를 A씨에게 일일이 고지할 의무를 진다고는 할 수는 없다.
소극적으로 그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만으로 시부모님께 위자료 지급 책임이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즉 시부모님이 적극적으로 기망하지 않은 이상 어렵다는 얘기다.
남편과 낳은 딸, 빼앗길까 두려워
A씨가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아이 문제다. 길거리에서 남편에게 아이를 뺏길 뻔한 적도 있는데, 만약에 실제로 남편이 아이를 데려가 가버리는 경우다.
조 변호사는 “보통 일반적인 경우에는 미성년 자녀의 부모는 양측 부모 모두가 자녀에 대한 보호감독자라고 할 수 있다”며 “일방이 아이를 데리고 간다고 해서 모두 약취 유인과 같은 형사적 제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지만, 자녀를 탈취하거나 유인한 경위, 자녀의 이익에 반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볼 때, 일반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경우라면 약취 유인죄 등 형사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미성년자 약취, 유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남편이 전 부인하고 사이에 자녀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는데, 남편이 A씨 몰래 양육비를 지급해 오고 있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그러면 전혼 자녀의 양육비 지급하는 부분이 A씨가 이혼할 때 자녀 양육비 책정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까?
조 변호사는 “상대방 전혼 자녀들은 A씨 자녀는 아니지만, 적어도 상대방과 전혼 자녀들 관계에서는 부자 관계이고 또 상대방을 전혼 자녀들에 대해서 친부로서 양육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혼인 관계에서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매우 크지만, 양육비를 책정할 때에는 귀책사유를 따지기보다는 부모의 소득과 재산 수준, 자녀의 양육, 자녀의 연령, 평균 양육비 수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전혼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면, 이는 상대방의 소득이나 재산 수준과 연관된 요소로 볼 수 있고, A씨 자녀의 양육비를 산정할 때도 어느 정도 참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조인섭 변호사는 “A씨는 실제 혼인무효를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혼인취소는 청구할 수 있고. 이러한 혼인취소는 기망사실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정리하며 “이외에 시부모님께 위자료를 청구하는 문제는 시부모님이 기망행위를 적극적으로 하신 경우에 위자료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해브투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