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현재 아내와 이혼한 상태로, 아내가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였다. A씨는 양육비를 법에 따라 지급하고 있었지만, 업무차 해외 출장을 다니는 일이 빈번해서 아이를 직접 만나는 면접 교섭은 거의 하지 못했고, 그나마도 아이가 크면서 바쁜 학교일정으로 더더욱 자주 만날 수 없었다. 가끔 문자나 카톡을 하거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는 게 교류의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고, 이혼한 아내도 아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A씨 아내는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는지 아이는 더 엇나갔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됐다고 한다.
결국, 피해 학생 한 명이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현재 피해 학생의 부모는 A씨 아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부모로서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A씨와 그의 아내에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정재준 소장 출처=해브투뉴스 |
18일 최근 방영된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혼한 가정의 미성년자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가해자가 된 상황에서 부모의 법적 책임에 대해 질문과 답이 오갔다.
우선 이런 경우 먼저 살펴봐야 할 부분은 미성년자의 책임능력이다. 즉,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통상 만 12세 정도면 책임능력이 있다고 본다.
다만,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서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질 경우에도 미성년자 자신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송미정 변호사는 “부모는 자녀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보호하고 교양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일반적으로 부모와 함께 사는 미성년자는 부모 보호와 감독 아래 있게 되기 때문에 자녀가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일상에서 생활 지도를 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미성년자가 불법행위를 하면 부모는 미성년자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에 대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와 부모가 같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A씨 사례처럼 이혼 이후에 친권자, 양육자가 아닌 경우에도 미성년 자녀의 감독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일까
이혼으로 부모 중 한 명이 친권자, 양육자로 지정되게 될 경우에 친권을 가지지 않고 아이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다른 부모 중 한 명을 ‘비양육친’이라고 하는데,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없기 때문에 자녀 보호와 교양에 관한 친권 규정을 적용할 수가 없다.
송미정 변호사는 “물론 비양육친도 자녀와 만날 권리가 있고, 양육비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면접 교섭과 양육비는 이혼 후에도 자녀가 부모와 친밀한 관계 속에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자녀의 복지를 위한 것이다”라며 “이런 면접교섭 권리나 양육비 지급 의무를 근거로 비양육친에게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의무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비양육친은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의무가 늘 면제되는 걸까. 결과적으로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비양육친도 부모이기 때문에 면접 교섭과 양육비 지급을 넘어서서 자녀의 양육에 실질적으로 관여를 한다면 판단은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비양육친이 이혼 후에도 양육친과 함께 자녀에 대해서 자주 상의하고 중요한 것을 결정하는 등 거의 공동 양육하다시피 해서 자녀의 상태를 모두 알고 있거나, 자녀나 양육층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자녀의 행태를 모두 알고 있을 경우에는 비양육친이라도 자녀를 직접 지도하거나 최소한 양육친에게 자녀의 상태를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
송 변호사는 “자녀가 어긋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직접 키우지 않는다는 이유로 문제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도 하지 않았다면, 비양육친에게도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의무를 부과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양육자가 재혼을 한 상태라면 이 손해배상 책임에 재혼자도 포함이 되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송 변호사는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의무는 일단 부모에게만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재혼한 경우 재혼 배우자는 당연히 포함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양육친이 재혼한 다음에 양육친의 배우자가 아이를 입양해서 친양자 관계가 형성되게 된 경우라면 재혼 배우자라도 손해배상을 책임을 질 수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조인섭 변호사는 “입양이 된 상태라고 하면 그때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A씨의 경우, 학교폭력을 당한 학생이 생을 마감했고, 그 원인이 만약에 A씨의 자녀 때문이라고 밝혀지는 경우에는 이 자녀를 양육한 부모의 경우에는 어떤 손해배상을 지게 되는 걸까
불법행위로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청구할 수 있는데, 재산상 손해에는 치료비, 장례비 같은 불법행위로 인해서 실제 지출된 돈과 일시 수입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생존할 동안에 얻을 수 있는 소득 액수 등이 포함된다.
송 변호사는 “그리고 정신적 손해는 우리가 위자료라고 알고 있는 것”이라며 “불법행위자인 미성년자는 손해로 계산되는 금액을 모두 배상해야 할 것이지만, 감독 의무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부모의 경우에는 통상 과실상계를 통해서 손해배상액이 감액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미성년자에 대한 감독 책임을 인정한 이유는 미성년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미성년자가 직접 배상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며 “그렇다고 해서 감독 의무만 있는 부모에게 불법 행위자인 미성년자와 똑같은 액수를 배상하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연대해서 책임을 지되, 통상 부모의 책임 범위는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산적인 손해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데, 이 재산적 손해에는 치료비, 장례비 그리고 실제 지출된 금원과 사망한 아이가 성년이 돼 벌 수 있는 수익까지 배상하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친권자,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은 부모를 비양육친이라고 하는데 비양육친은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는 있지만 자녀의 양육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았다고 하면 그러한 감독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정리했다.
한국학교폭력예방 연구소 정재준 소장은 “학교폭력은 암수범죄라고 생각하는데, 범죄는 발생 했는데 신고 되지 않는 사건을 말한다”며 “학폭에 대한 신고 건수는 지난 2012년 2만4700건을 시작으로 점차 증가했다가 다시 코로나 영향으로 줄었지만, 2022년 2만3600명으로 다시 건수가 회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소장은 “학교폭력은 사소한 것부터 시작되는 만큼, 피해자에게 충분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고 이것 곧 학폭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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