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 뚝딱] 전국 한부모 가정 ‘파이팅’

권일구 / 2023-01-13 10:35:16
캠프모터스 정병삼 대표 인터뷰

“첫 눈에 반해 결혼 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곳에 공업사를 운영하면서도 항상 서로의 안부를 묻는 로맨티스트. 아내와의 만남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렇게 답한 그. 필자는 이곳과 15년 이상 단골이다. 도대체 15년 동안 자동차 정비를 맡긴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바로 그에 대한 ‘믿음’이었기에 가능했다. 로맨티스트이자 자동차 정비 기능장인 캠프모터스 정병삼 대표를 만났다.  

  캠프모터스 정병삼 대표 출처=해브투뉴스

 

어려운 집안 사정, 그래서 선택한 ‘자동차’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나, 평택에 위치한 공업고등학교 자동차학과 진학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정병삼 대표는 어릴 적 집안 사정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카센터를 하면 돈을 잘 번다는 얘기에 진로를 일찌감치 ‘자동차’로 선택했다. 지금은 특성화 고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공업고등학교였다. 자동차학과가 안성에 없어 경기도 평택까지 학교를 다녀야 했다. 물론 입학 땐 장학금까지 받을 정도였고 학교생활에도 크게 만족했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한 카센터에 취업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중에 거래처 직원들이 잘 봐서 농기계 분야의 군 병역특례로 3년을 일했다. 정병삼 대표는 “농기계도 자동차와 같이 내연기관이 들어간다”며 “자동차와 농기계를 비교하면 전기전자는 자동차, 엔진기계는 농기계 분야가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기계는 정말 가혹한 조건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고장이 잦고, 법적으로 엔진 보링 등의 제재가 없다. 하지만 처음 카센터만 해도 3급은 엔진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농기계 분야에서의 3년이 정병삼 대표에겐 큰 도움이 됐다. 정 대표는 군 생활을 마치고 2000년도에 서울로 상경했다. 당시엔 카센터에서도 엔진보링을 많이 했는데, 10년 이상 된 경험이 풍부한 정비사보다 더 인정받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의 신념은 ‘안전’

정병삼 대표가 정비함에 있어 제일 중요시 하는 것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안전’보다 우선일리 없다는 것이다. 엔진과 미션이 망가지면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타이어 펑크나 브레이크 불량 이런 것들은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정 대표는 “정비사가 정비를 잘못하면 수 십 명에서 많게는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며 “몇 번을 확인하고 또 하는데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업사에 차를 맡기면 그 차는 차주의 손을 떠난 것이다. 이후부터 공업사가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고객은 자신의 차라도 그 차에 손을 대면 안 된다. 실제 사례에서도 고객의 낙상 사고가 있었다. 그는 “우리가 항상 고객에게 귀중품이 있는지, 있으면 다 빼라고 말 것이 이런 이유다”라면서 “정말 순식간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를 받으러 오면 관계자의 허락이 없는 한 절대 내 차라도 손대지 말라”고 당부했다.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캠프모터스 정병삼 대표 출처=해브투뉴스

 

소주로 임기응변 대처 

20년을 일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도 많다. 6만 킬로미터를 운행하면서도 단 한번도 엔진오일을 교환하지 않아 엔진이 눌러 붙었던 경우, 고객이 엔진오일 넣는 곳에 워셔액을 5통을 넣어버린 경우 등 다양하다. 그 상태에서 시동을 걸면 그 차는 침수차가 되어 버린다. 엔진이 박살나는 거다. 또 농기계 경우에는 엔진오일을 고객이 직접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오일을 많이 뺀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 불이 붙은 경우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브레이크가 터져서 안 밟히는데 차주가 임기응변으로 소주를 대신 넣고 공업사까지 찾아온 경우도 있다. 정말 잘 대처한 경우다. 이밖에도 엔진룸 쪽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동물들을 빼내느라 고생한 경험이 있다.

한편, 자동차 공업사는 1급과 2급, 3급으로 나뉜다. 1급은 대형과 소형으로 구분되고, 여기서 1급 소형과 2급은 동일한 조건이지만 2급은 자동차 검사만 할 수 없다. 또 3급과 2급의 차이는 판금도장을 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뉘는데 한마디로 규모의 차이다. 사람이라 안 되는 것이 아니고 급에 따라 수리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카센터협회, 1,2급 종합정비 대표들의 협회가 있어서 조율한다.

유식한 척 한 게 아닌데

솔직히 정 대표는 여성 차주들을 많이 무서워한다. 혹시라도 여성 차주에게 아들이나 남편, 남동생 등이 있으면 이들과 통화를 먼저 하는 것을 권한다. 그는 “자동차 용어가 일부러 유식한 표현하려고 외국어를 쓰는 게 아닌데 모든 부품의 명칭이 다 외국어다 보니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도 나중에 다른 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연식이 오래 된 차량의 경우, 감가상각 된 차 값 만큼의 수리비가 청구되면, 마치 이 차가 새 차가 된 것으로 착각할 때가 많다. 정비하는 분들을 다 공감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래서 정 대표는 남성분들과 꼭 통화를 한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겁이 나서다.

반면, 남성 차주들은 유투브 등을 통해 모든 정보들을 습득 후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는 “솔직히 나도 네이버나 구글을 통해 정보를 공유한다”며 “이건 만인의 지침서다”라며 웃었다. 그런데 이들은 검색을 통해 아예 결론을 내고 찾아온다고 한다. 정비사 입장에서는 분명히 그게 아닌데 말이다. 그러면 ‘그냥 이걸로 끝내. 이것만 받고 끝내’하면서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가 왔다 갔다 한다고 전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게 아니고 이 문제인데’라고 하면 기분 나빠 할 것 같아서다. 이건 정보 홍수의 피해다. 잘못된 정보임에도 그런 부분을 사실로 확정 짓고 오면 전문가 입장에서는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렇게 되면 2중 비용이 들어간다. 결론을 내고 온 것이 소모성 부품이라면 ‘그래 바꿔보자’ 하지만 ‘이런 게 아니다’라고 하면 정말 그때는 딜레마에 빠진다.

‘차알못’도 지나칠 수 없는 ‘타이어’

그의 기준에서 정비에 있어서 첫 번째는 무조건 타이어다. 정비는 몰라도 된다. 그래도 타이어는 무조건 정비하고 운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브레이크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춰야 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오일, 브레이크오일, 미션오일, 냉각수, 워셔액 등의 액체류다. 그 다음이 각종 소모품이다.

겨울철에는 항상 배터리를 잘 살펴야 한다. 배터리도 수명 70%이하면 교체하는 것이 맞다. 자력으로 시동이 걸릴 수 있는 힘이 60% 이상인데, 이하에서 전압이 나와도 시동이 안 걸리면 수명은 다했다고 봐야한다.
곧 봄이 다가오는데 서서히 에어컨 등의 공조시스템을 살펴야 한다. 요즘은 기술 발전으로 에어컨 가스 등이 샐 수 있는 요인이 크게 줄었다. 그 만큼 기술이 좋아졌다는 반증이다. 다만, 한 번 고장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은 고객의 몫으로 남는다.
또한, 정 대표는 최근 자동차는 엔진 다운사이징이 트렌드다 보니, 필연적으로 터보차저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 때문에 엔진 내구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과거의 고장과 요즘의 고장은 180도 다르다. 과거에는 엔진오일만 잘 갈아줘도 큰 문제가 없었다. 내구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링을 전문으로 하는 공업사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캠프모터스 정병삼 대표 출처=해브투뉴스

 

나의 꿈은 고등학교 ‘교사’

정 대표의 꿈은 교사였다. 대학 교수님들 덕분에 시간 강사도 2년 해본 경험이 있다. 원하던 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을 가르쳐 본 것이다. 그는 “강사 생활이 너무 재밌고 좋았다”며 “고등학교 후배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꿈이지만 지금은 잠시 접어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비 기능장 자격증도 소지했다. 필기와 서술을 거쳐 실기까지 단 한 번에 합격 했다. 기능장은 많은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를 끌어 준 스승들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그들 덕분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한부모 가정에 특별한 혜택

정병삼 대표는 전국의 모든 한부모 가정에게 ‘파이팅’이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약속했다. 그는 “만약, 한부모 가정이 공업사를 찾아오면 우리가 받는 기준 견적의 공임 10%를 조율해 드리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마진이 없는 부품값은 제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더했다. “정말 정비사를 잘 만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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