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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 결혼식을 올리는 P씨 예비신혼부부. 고덕강일3단지 신혼부부특별공급에 사전예약을 신청했다. 출처=해브투뉴스 |
# 올해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P씨(남. 32세)는 얼마 전 고덕강일3단지 신혼부부 특별공급 사전예약 접수를 했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에서 전세를 알아보다가 차라리 내집마련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고, 예비신부와 상의해 청약을 넣었던 것. P씨가 사전예약을 접수한 단지는 뉴:홈(나눔형)의 첫 분양단지인 고덕강일3단지로, 최근 최고 118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마감된 바 있다. 평균경쟁률은 40대 1, 이 가운데 신혼부부특별공급은 14.6대 1로, 그나마 당첨 확률이 높아 23일 당첨자 발표를 살짝 기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P씨에 따르면, 이 단지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서울에서 최초로 공급되는 단지인데다가 주변 전세 수준인 3억5000만원 이라는 추정 분양가가 너무도 합리적이어서 뒤도 안돌아 보고 선택을 한 것이다. 토지임대료는 보증금 방식으로 전환 할 수 있어 비교적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P씨에겐 매력이었다. P씨는 “이런 주택이 많이 공급된다면 서민들도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청약에 도전하겠다”고 설명했다.
P씨의 실제 사례처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공급이 보다 활성화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개최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활성화 모색 토론회-고덕강일3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천만 서울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위해선 공급 활성화, 거래 및 임대기간, 토지임대료, 분양가, 명칭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고덕강일 3단지는 지난 2010년 강남에 공급된 이후, 10여년 만에 공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청약시장도 한파가 몰아쳤음에도 3억5,500만원의 합리적인 추정 분양가(건물분양가)로 2만여 명에 이르는 청약자들이 몰리며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천성희 SH도시연구원장은 ‘건물분양(토지임대부)주택공급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청약 성공 원동력으로,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자가 실현 지원, 투명한 분양원가, 후분양 제도로 신뢰성 향상 등을 꼽았다.
‘2021 주거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잠재수요는 37만1000가구로, 이 가운데 주거비 부담이 가능한 가구는 12만5000가구 정도로 집계된다. 천성희 원장은 “합리적인 가격의 공공주택 공급을 통한 천만 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건물분양주택 확대와 거래, 임대기간, 토지임대료, 분양가, 명칭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린 토론에서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특정 계층에 로또와 같은 혜택을 주어선 안된다는 충고와 주거약자에게 주거선택권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반영운 충북대 교수는 “토지 수용은 농민들의 피눈물이 함께 한다. 그런 토지를 함부로 매각해선 절대 안 된다”며 “LH의 280만호 공급계획절반 이상을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고, 토지를 비축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재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초기 부담이 적은 공공분양이기 때문에 재산 형성이 늦은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며 “다만 토지임대부 주택은 ‘서민의 주거비 부담 경감’과 ‘주거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특정 계층에 ‘로또’와 같은 혜택이 가서는 안 된다.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재수 강원대 교수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거약자에게 다양한 주거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SH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덕강일3단지 본청약 이전에 SH 구상안이 모두 제도에 반영돼 서울시민과 주거약자들의 주거문제를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등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의 역할 중요성도 대두됐다.
조정흔 경실련 위원장은 “주택이 투기 수단으로 작동하던 구시대의 질서를 전환하는 새로운 제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위원장은 “토지임대부는 사용가치를 누리게 하고,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며 “주택품질에 적절한 부담과 지속 가능한 설계, 한정된 자원의 합리적 배분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종대 서울시 주택정책지원센터장은 “일반적으로 건물의 미래가치는 감가 상각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가치가 ‘0원’에 수렴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실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거래 시에는 지상권 등이 토지가치로 인정돼 가격이 책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서울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중심으로 ‘양질’의 ‘부담가능’한 주택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민희 국토부 팀장은 “현 정부에서 나눔형, 선택형 등 새로운 유형이 공급되고 있고 그 중 나눔형으로 고덕강일3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공급이 추진되었다”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실거주를 주 목적으로하는 만큼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답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고덕강일3단지 사전예약 결과를 토대로 또 다른 제도의 미비점은 없는지 세밀히 검토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제도화에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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