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의 딸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곤 하는 명량한 아이였지만, 어느 날부터 방에 혼자 있거나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A씨는 단순히 사춘기여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밥도 잘 안 먹고 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딸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평소에 사이좋게 잘 지내던 친구가 있는데, 몇 달 전부터 자기를 놀리고, 몸의 이곳저곳을 톡톡 쳤다고 했다. 기분이 나빠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딸을 괴롭혔다. 딸은 친구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자, 상심이 컸고, 심지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A씨는 단순히 장난이라고 보기엔, 아이가 너무나도 힘들어해서 화가 난다고 한다. 학교폭력으로 그 친구를 신고하고 싶은데, 이런 일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게 맞는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 게다가 그 친구의 부모와 A씨 부부는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인데, 학폭으로 신고해서 그 친구가 징계를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아이가 제대로 된 사과를 받는다면, 그 친구를 징계 받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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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해브투뉴스 |
최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위 A씨 사연처럼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 마냥 흘려들을 수 없는 사연이다. A씨 딸의 경우 친구로부터 심한 폭력이나 폭언을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형법상으로 무혐의나 무죄가 될 수 있는 사안도 학폭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가능하다’이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상 학교폭력의 정의는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에 의한 신체, 정신 또는 제사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대체적으로 형법에서 적용되는 행위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형법에 위배되는 행위여야만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성염 변호사는 “가령 학교폭력예방법상 따돌림의 경위는 학교 내외에서 2명 이상 학생들이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공격을 가하여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따돌림에 심리적 공격까지 포함이 되는데 따돌림이 반드시 폭행이나 폭언으로서 성립된 것이 아니라 특정 학생과 놀지 못하게 방해하거나 특정 학생이 지나가면 무리가 동시에 째려본다든지, 아니면 갑자기 비웃는다든지, 크게 웃는 행동들로 심리적 공격을 가하는 것도 따돌림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형법상 위배되는 행동이 아닌 것이다”라며 “그래서 폭행죄에서 말하는 유형력 행사까지 해당하지 않는 사연에서 툭툭 치는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행동으로 인해서 그 사연자의 자녀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넓은 개념을 인정하는 이유가 있다.
학교폭력이라는 것이 처벌의 목적보다는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와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형법보다는 더 큰 범주 안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딸아이의 친구가 딸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한다면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고 하는데, 학폭으로 신고가 되면 모두 징계를 받는 것일까?
우선,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교육청에서 열리고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피해 학생에게는 보호 조치, 가해 학생에게는 선도를 위한 조치가 내려진다. 이를 법률적으로는 처분이 내려진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징계를 받는다’고 표현을 많이 한다.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되고 가해 학생도 학교폭력이 인정이 되고 모든 정황이 확실하다면 무조건 징계를 받는 것인지 궁금하실 텐데 그렇지 않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학교장자체해결제도라는 제도를 두어서 경미한 사안의 경우에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보내지 않고 학교 안에서 자체 해결로 종결할 수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명확한 기준과 조건은 무엇일까?
김 변호사는 “네 가지 요건이 필요한데, 먼저 학교 내부에서 학교폭력을 조사하는 전단계구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조사하고, 첫 번째로 해당 사안이 2주 이상 신체적, 정신적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두 번째 피해 학생의 재산상 피해가 없거나 즉각 복구된 경우 세 번째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네 번째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 제공 등에 대한 보복 행위가 아닌 경우에 해당하면 자체 해결에 부의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이 자체 해결 요건에 해당될 경우에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자체 해결을 할 것인지 의사를 확인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하게 되면 학교폭력대책심의회가 개최되지 않고 학교 안에서 종결되게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만약에 자녀가 예전에 학폭 피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 지금이라도 학폭으로 신고를 할 수가 있는 지에 대한 조인섭 변호사의 물음에 그는 “신고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학교폭력 신고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할 수 있으며 과거 일이라도 신고가 가능하다”며 “그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 때 가령 중학교 때 있었던 일을 고등학교 때 와서 신고를 할 수도 있지만,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증거나 주변 목격자 진술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이때는 학교폭력 인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존재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의 징계는 학교하고 교육청을 거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징계를 목적으로 한다면 학교에 말한 것이 진행의 효율성의 측면에서 더 맞다고 보인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해도 되지만 이때는 다시 학교로 연락을 해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좀 더딜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 변호사는 “신고 자체는 학교폭력 신고는 117로 하면 되고 112로 신고해도 가능하다”며 “학교폭력이 만약 성사할 경우에는 학교에서 경찰로 신고하게 된 것이 필요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이 절차를 거친다는 점도 미리 알고 계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딸이 친구에게 심한 폭력을 입지 않았더라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수 있다”라며 “또 학교폭력 예방은 처벌보다는 보호와 선도, 교육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형사상 처벌되는 것 이외에 다른 행동도 다 포함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어 “또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돼도 무조건 징계를 받는 건 아니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 안에서 자체 해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만이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 과거에 학교폭력을 당한 경우도 신고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증거나 목격자 진술 등 관련 증거를 잘 갖춰서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학교폭력예방 연구소 정재준 소장은 “학폭은 친구들과 사소한 일로부터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장난을 칠 때는 반드시 친구의 의견을 묻고, 감정을 명백히 표현하고, 요구 정도가 넘었다 생각되면 부모나 교사와 상담하거나 돈 문제는 아예 만들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이어 “학폭 직후 부모는 자녀와 자주 대화하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자녀의 분노가 표출될 수 있도록 돕고,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고, 교사 또는 전문 기관의 도움을 요청해야한다”며 “가해 학생은 피해자에게 진심을 다해 충분히 사과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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