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꿈속에서 아버지가 복권번호를

하루 / 2023-01-31 08:48:16
나의 로또는 보고 싶은 사진 속 ‘아버지’

필자 하루의 ‘하루수다’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루의 수다를 푸는 형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는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 하루와 함께 일상생활의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편집자의 주)

  출처=동행복권 홈페이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일확천금을 꿈꾼다. 힘들이지 않고 단번에 재물을 취하고 싶어 하는 건 사람의 오랜 본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권을 산다. 사기를 치거나 은행을 털 수는 없으니 일주일 한 번, 마법같은 종이 쪼가리 한 장에 요행을 바란다.

언젠가 1등 당첨금의 주인공은 자신이 될거라 굳게 믿는다. 지난주만 해도 18명이나 로또복권 1등 당첨의 행운을 얻었으니 대충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막연하지만 또 그리 요원한 일도 아닌 것이다. 복권 한 장이 주는 희망 속에서 한 주를 버티고, 꽝이 나면 다시 홀훌 털고 복권방 앞을 서성인다.

로또복권 1등 당첨자들 중에는 조상이 꿈에 나와 번호를 점지해줬다는 말을 한다. 조상의 은덕을 받았다며 감사해 한다. 내 입장에선 꿈에 나온 여섯 개의 번호를 다 기억해 내는 것도 참 용하다 싶었다. 그런데 그런 비슷한 일이 내게도 일어났다.

바야흐로 설을 며칠 앞둔 어느 밤이었다. 그날은 술자리도 없고 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꿈나라를 헤매던 중, 1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났다. 말끔하게 도포를 차려 입은 아버지는 몇 마디 안부를 묻고는 내게 여섯자리 번호 하나를 일러 주셨다.

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복권 번호 점지구나! 난 금방 아버지의 의도를 간파했다. 어? 근데 여섯자리라니? 로또번호는 여섯 개의 번호인데? 뭐지??? 순간 깨달았다. 연금복권! 그래 복권이 로또만 있는게 아니니까. 연금복권은 다섯 개 조(1~5조)에 여섯자리 번호를 맞히는 거니까.

꿈속에서 내가 꿈을 꾸는 중이라는 것을 자각했기에 나는 그 번호를 필사적으로 되뇌였다. 암기해야한다! 잠에서 깼을 때 반드시 기억하도록 노력해야한다. 연신 여섯자리 번호를 읊조리다가 잠에서 깼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놀랍게도 머릿속이 하얘졌다. 끝자리가 0인것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빌어먹을, 분명히 당첨 번호일텐데 여러 숫자를 조합해도 당최 모르겠다. 하는 수 없이 끝자리 0으로 끝나는 각 조의 연금복권(온라인에서 사면 자기가 원하는 번호를 찍을 수 있다)을 한 장씩 샀다.

천 원짜리 다섯 장 역시나 1등 당첨번호의 끝자리는 0으로 간신히 본전만 건졌다. 앞자리 5개만 기억 했어도 내 운명이 바뀌었을 텐데, 평생 아쉬운 소리 안 하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물론, 내가 본 꿈 속의 번호와 실제 당첨번호가 일치 했는지는 확인 할 길이 없다. 10개의 숫자 중에 끝자리 0을 맞춘 것도 1/10의 확률이니 대단하다 느꼈다.

경기가 안좋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질수록 복권의 판매량은 증가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복권 판매액은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불황엔 역시 복권’이라며 언론에서 온갖 통계치를 들이댄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복권이 많이 팔린다’는 통설은 사실 틀린 말이다. 지난 30년간의 복권매출액도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 눈에 띄게 판매량이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카지노, 경마 등 다른 사행산업의 운영이 제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니 더 이상 복권의 판매량을 경기불황과 연관짓지 말기를.

내 휴대폰 사진첩 즐겨찾기에는 아버지의 스냅 사진이 한 장 담겨 있다. 어느 맑은 가을날, 낡은 자전거를 손 본 후 마당 평상에 앉아 수줍게 웃는 사진이다. 힘이 들거나 지치면 가끔 이 사진을 보며 위로 받는다. 평생 무뚝뚝한 성품이었기에 아버지의 미소는 그리 흔한 표정은 아니다. 난 오늘도 내 꿈속에 도포를 곱게 차려 입은 아버지가 나타나길 기대한다.

“아버지, 그런데요. 그 때 알려주신 번호가 몇 번이었어요? 혹시, 로또번호는 없어요?” 

[ⓒ 해브투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