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하루의 ‘하루수다’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루의 수다를 푸는 형식으로 올리는 글입니다. 특히 하루는 일본어로 ‘봄’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필자 하루와 함께 일상생활의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편집자의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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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고니아 출처=나무위키 |
최근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재미있게 봤다. 개인적으로 아는 후배가 작가로 참여해서 더 애착이 갔는가 보다. 극중 주인공이 재벌집 막내아들(정확히 말하면 막내아들의 아들)로 환생해 막대한 부를 쌓는다는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 속에서 이뤄지는 재벌 그룹 ‘순양가’의 이야기는 지금 현실을 쏙 빼 닮았다. 재벌 2세간의 후계자 싸움, 그 속에서 드러나는 비뚤어진 탐욕, 족벌언론, 대선자금, 비자금 등의 문제는 해묵은 된장처럼 진득하니 깊었다. 주인공 진도준이 된 듯 매 회 몰입하며 빠져들었다.
우리나라는 유독 재벌그룹 상속에 대해서 관대하다. 극중 진도준은 “북한의 세습정치는 욕하면서 한국 재벌들의 세습경영은 왜 욕을 안 하냐”며 재벌의 세습경영이 실력이 아닌 행운이나라는 지적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통쾌한 말이기도 했다. 미래를 보는 수완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진도준은 극중 순양그룹의 회장에 오르면서 전 재산 7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에 이른다. 아름다운 결말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마지막회 다른 이야기가 남아 있으니 그건 논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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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재벌집막내아들홈페이지 JTBC |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우리나라 재벌 그룹은 뭔가 큰 잘못을 했을 때만 서둘러 사회 환원을 들먹인다. 세금 탈루, 불법증여, 비자금 조성 등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면 어김없이 사회공헌 카드를 꺼내든다. 그나마 그것도 제대로 이뤄지는 적이 없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안전하고 영리한 지분구조 승계, 세습 경영이니까.
여기서 파타고니아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겠다.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최남단에 위치한 지역명이다. 광활한 초원지대와 사막으로 이뤄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더불어 이 지역명은 미국의 유명한 아웃도어 브랜드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독특한 기업이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이본 쉬나드 회장이 창업했다. 유기농 원료를 이용하고,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한 번 산 옷은 되도록 수선해서 오래 입을 것을 권한다.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할 정도로 환경에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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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파타고니아 코리아 홈페이지 |
이 회사가 지난 9월15일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쉬나드 가족들(이른바 재벌가)이 소유한 회사 지분 100%(약 4조2000억원 상당)을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해 양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쉬나드는 지분을 양도하면서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는 말도 남겼다. 재벌 3세 4세까지 세습을 승계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인 이 나라 재벌가가 부끄러울 정도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회장은 돈이 되지 않는 일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권력에 편승해 돈을 벌고, 계열사를 늘리고, 지주회사를 세운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직에 누가 적합한지 자식들을 시험하고 때론 내친다.
반면, ‘파타고니아’의 쉬나드 회장은 사회적 책임, 특히 환경문제에 자신의 사명을 다한다. 그의 아들, 손자의 지분까지 끌어 모아 환경단체에 양도한다. 같은 재벌 그룹이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경영철학’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있는 데도 하지 않는다면, 악한 것에 다름 없다”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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