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가보소]는 한부모가정의 양육자 및 아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코너입니다. 기자가 직접 가서 보고 소통한 글이며, 최대한 각색 없이 날것을 지향합니다. 평소 말하지 못했던 사연,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며 작성한 글로, 상황에 맞게 인물사진은 모자이크 처리 될 수 있습니다.[편집자의 주]
기자에게는 아주 친한 후배가 있다.
경제지에 몸담고 있을 무렵, 수습기자 최종면접에서 채용면접관으로 나설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마음에 꼭 들어 반드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친구였다.
그때가 2010년 10월 즈음이니 횟수로 13년동안 알고 지낸 후배다.
매체를 퇴사하고 독립준비를 하느라 분주하여 만나지 못했던 그 친구가 응원차(?) 찾아왔다.
4~5년 정도는 보지못한 것 같은데, 바로 몇일전에 본 것 같은 친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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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늙었네 이제 ㅎㅎ, 그런데 신랑은 무슨 일해?"
정말 아무뜻없이 건낸 이 한마디로 난 그 친구에게 장시간의 정신교육을 듣게 되었다.
"한부모가족 매체를 운영한다는 사람이, 여전히 편협한 세계에 갇혀서 말이야.. 선배 그래도 되는거야?"
"간만에 후배를 봤으면 내 생활의 이슈는 무엇인지, 흥미가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진행하고 있는 기획이 있는지.. 이런걸 물어야하지 않아요?"
"왜 남의 남편이 무얼 하는지 궁금해하고 물어봐?"
"내가 사람들에게 많이 들었던 그 소리를 왜 선배한테까지..."
그 후로 많은 말들과 손짓이 오갔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한번에 쏟아내는 그 친구의 말에 정신을 홀딱 뺏겨서, 난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반응이 없으면 또 한소리 듣고, 고개를 숙인채 그 친구의 토로를 다 받아주고 있었다.
"3년전에 이혼했어. 유치원 다니는 아들 하나 있고, 내년에 학교 들어가"
"사실, 이런 질문 생각보다 많이 들었어. 유치원 엄마들 모임이나 기업 홍보실 미팅할때나.."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하고 얼버무렸는데, 이제는 당당히 말해"
"내가 애한테는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잖아?"
그 친구의 얘기를 듣고나니,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것처럼 띵했다.
그 친구가 말하고 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틀린 것이 없었다.
부끄러웠고 머쓱했지만, 그 친구의 일목요연한 논리의 파도에 전적으로 수긍을 하게 되었다.
"남자들 모임에도 와이프 무슨일하냐 이렇게 물어?"
"내가 보기에는 아닌것 같더라. 헌데 왜 여자들 모임에는 신랑이 뭐하는지, 애들은 공부를 잘하는지 등등 왜 이런걸 물어보는지 모르겠어"
"나도 여자지만 좀 시시콜콜한 질문이나 사적인 질문은 좀 자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응원차 왔다는 후배애게 훈계아닌 훈계를 들었지만,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그 친구가 일장연설을 마치고 커피를 한모금 할때 나는 눈치를 살짝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너 근데 왜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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