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金 Talk] 나와 우연...보고 싶다 친구여! ②

권일구

news@havetonews.com | 2022-12-09 14:46:33

  친구와 함께 했던 북한산 모습 사진=해브투뉴스

필자의 본가와 가까운 곳에 친구의 어머니가 살고 계신 것을 확인했고, 그 곳까지 곧장 달려갔다. 수도 없이 문을 두드렸다. 10여분을 두드렸을까 문이 활짝 열렸다. 순간 냉기가 확 느껴졌다. 이 추운겨울에 난방비 아낀다고 보일러도 켜지 않고 혼자 살고 계셨다.

혹시나 놀라실까 어머니께 친구의 사망 소식을 조심스레 전했다. “00죽었다고? 왜?”
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친구와 연락을 끊고 산지 수년은 됐다고 했다. 동생들에게 연락 후 장례식장으로 같이 오겠다는 얘길 듣고서야, 나도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서는 입관식이 진행됐다. A씨는 참관 안겠다며 선을 그었다. 친구의 얼굴은 편해 보였다. “무엇이 그렇게 너를 힘들게 했니, 도대체 이유가 뭐니” 속으로 묻고 물었다.
너무도 답답했다. A씨는 시종일관 모른다는 말 뿐, 장례비용만 걱정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사정을 알고 장례식장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 친구의 회사분들도 십시일반 도와주셨고 또 보태주셨다.

그 때였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와 친구와 어떤 관계인지 물었다. 그 분은 대학교 친구였다. 대학교 친구에게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이 분도 이유도 모르고 친구와 연락이 한 동안 끊어졌다고 했다. 회사 동료분들을 통해 착실했던 친구의 얘기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정 많고, 마음 약하고, 순둥이였던 녀석이다.

곧 친구의 어머니와 동생 둘이 도착했다. 가족과 연락을 끊고 살았던 몇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가? A씨와 가족의 얘기는 너무나도 상반됐다.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았다. 서로 싸우라고 온 것도 아니지 않나.
속이 상해 밖으로 나왔다. 친구가 세상을 떴는데 왜 아무도 슬퍼하지 않은 걸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친구 동생이 줬다. 이해가 됐다. 하늘이 무너져 내렸고, “불쌍한 놈”만 외치며 눈물만 훔쳤다.

다음날 일찍 화장터로 향했다. 가족들은 영정사진 조차 들지 않았다.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친구를 보고 오열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저 세상에선 정말 행복해라” 목 놓아 울었다. 한줌의 재가 돼 돌아온 녀석. 끝까지 가는 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친구는 죽어서도 편히 쉴 자리조차도 없었다. A씨도, 가족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결국, 유택동산에 친구를 뿌렸다. 그것도 내 손으로 직접.

그 일이 있고 1년 후 몇몇 친구들이 모였다. 녀석이 좋아했던 소주와 안주를 사다 평안을 빌었다. 해줄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었다. 녀석이 보고 싶었는지, 아니면 그 녀석이 내가 보고 싶었는지 언젠가 꿈에 나타났다. 얼굴은 안 보였지만, 분명 집은 어디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아주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젠 꿈에서도 안 나타나는 구나. 좋은 곳에 있는 것으로 믿으마. 보고 싶다 우연아!

[ⓒ 해브투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