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외도로 이혼...우울증 앓고 있는데 양육권 가능?
누가 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할 수 있는지 관건
경제활동 없고, 우울증 있어도 정도에 따라 양육권 인정
권일구
news@havetonews.com | 2023-06-22 06:36:18
# 지인들 모임에서 남편을 만난 A씨.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일찍이 능력을 인정받았고, 겸손하고 다정한 모습에 이끌려 결혼했지만, 승진에 대한 욕심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A씨의 몫이었다. 무시와 욕설을 비롯해 살림살이들을 모두 내던지거나 물건을 부수고, 여자들을 만나기 일쑤였다. A씨는 10년 이상 지속된 가정폭력과 폭언, 외도를 견딜 수 없어 이혼을 결심했지만, 남편은 세 아이를 본인이 가르치겠다며 양육권을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왔기 때문에 경제 활동이 없었고, 가정폭력으로 인한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겐 엄마가 필요한데 양육권을 가져올 방법이 없는지 답답할 뿐이다.
최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인섭 변호사는 양육권 다툼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성년 자녀가 여러 명일 경우 분리 양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한 사정 있으면 분리 양육 인정
게스트로 나선 이채원 변호사는 “우리 법원은 분리 양육에 대해 자녀들의 정서적 안정에 반할 수 있고 형제자매들과 함께 자라면서 쌓을 수 있는 유대 관계나 사회적 적응능력에 지장을 초래하며 양육비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 때문에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편이다”라면서도 “다만 분리 양육을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를 인정하고 있으니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즉, 분리 양육은 원칙적으로 안 되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서로 엄마와 아빠의 거주지가 다르거나 너무 멀어서 면접 교섭이 어렵거나, 부모가 동시에 아이 두 명 이상을 키우기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하는 환경적인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이채원 변호사는 “분리 양육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역시 자녀들의 의사가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미성년자라고 하더라도 엄마나 아빠, 누구랑 확실히 살고 싶다고 확고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면 재판부가 이를 반영할 수 있다. 법원은 아이들의 이런 의사 표시를 존중하여 각자 살고 싶은 부모님께 친권과 양육권을 분리하여 인정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아이들의 의사가 반영이 되는 나이는 만 13세 이상인데, 지금 같은 경우는 9살, 5살. 이 나이의 아이도 의사를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않았을 것 같고 아마 가사조사나 이런 걸 통해서 확인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업 없는 전업주부, 양육권자 결정 시 불리?
다만, A씨의 경우 오랫동안 전업주부로 지냈기 때문에 직업이 없는 상태로, 이 경우는 친권 양육권자 결정할 때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법원이 친권 및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녀다. 따라서 설령 부모가 직업이나 재산이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자녀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이를 법원이 인정한다면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올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한쪽의 소득이 월등히 높다고 하여 무조건 양육권을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만약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친정과 같은 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잘 주장하는 것이 좋겠다”며 “실제로 연봉이 1억 이상이라 하더라도 그만큼 직장에서 매일 밤까지 야근을 하고 보조자의 도움 없이 자녀들을 돌보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그만큼 양육권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부모의 경제 수준보다 실질적으로 아이를 보살필 수 있느냐, 자녀의 양육 환경이 친권, 양육권 인정받는 데 더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편 때문에 생긴 우울증 등 정신질환
그런데 A씨의 또 다른 걱정은 바로 우울증이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은 친권·양육권에 불리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앞서 설명한대로 우리 법원은 친권 및 양육권을 인정할 때 누가 자녀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이 변호사는 “한쪽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은 상대방한테 어찌 보면 중요한 반격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며 “만약 재판하게 되면 엄청 다툴 것 같기는 하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매우 심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가 아니라면 우울증과 같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양육권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이 우울증의 원인이 남편의 외도나 가정폭력, 폭언 등으로 인한 것이라면 이혼으로 조금씩 나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자녀의 복리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법원도 정신과 진료 그 자체를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과 외도는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며, 상대방에게 정신적 또는 신체적으로도 상당한 고통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위자료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A씨는 남편의 가정 폭력과 폭언, 외도를 견디다 못해서 이혼을 결심했고 미성년자 자녀들을 직접 양육하고 싶지만 경제활동이 없었고 또 정신질환, 우울증이 있는 것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다”며 “법원이 친권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자녀의 성장 환경이므로, 친정의 도움을 받아서 자녀들이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준비돼 있다는 점을 주장하는 게 좋을 것 같고, 또 미성년 자녀라도 하더라도 부모 중 누구와 살고 싶은지 일정 나이가 되면 의사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주장해서 친권·양육권을 잘 주장해 보길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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