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PICK] ‘좌정관천(坐井觀天 우물안 개구리)’

안목을 넓히고 겸손해야...내 자신을 짚어보는 계기

권일구

news@havetonews.com | 2023-03-08 13:12:40

 출처=해브투뉴스

 

앉을 ‘좌’, 우물 ‘정’, 볼 ‘관’, 하늘 ‘천’ 좌정관청(坐井觀天)은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본다는 말이다. 장자(莊子) 추수편(秋水)을 보면, 황하(黃河)의 신 하백(河伯)은 가을 황하에 물이 불어난 것을 보고 스스로 기뻐하며 아주 만족했는데, 황하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니 끝이 보이지 않는 북해(北海)를 마주하고는 너무 놀라 부끄러워 졌다.
하백은 북해의 신 약(若에)게 “속담에 백가지 도(道)를 듣고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여겨 우쭐거린다고 했는데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그러자 약은 “우물에 갇혀 있는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 설명해도 사는 곳에 얽매여 있어 알아들을 수 없고, 한여름에만 사는 곤충이 얼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여름이라는 시기만 알기 때문이며, 식견이 좁은 사람에게 도를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르침에만 묶여 있어서다”

이 이야기는 장자 17편에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로 변주된다. 우물 안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가 어느 날 동해 거북이를 만난다. 개구리는 거북이에게 “즐겁게 뛰어 놀거나, 힘들 땐 편히 쉬거나 하는 등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으니 이보다 나은 곳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자 거북이는 “바다를 본 적이 없나, 바다는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크고 홍수와 가뭄에도 영향이 없다”며 바다의 크고 넓음을 알려주자 개구리는 놀라서 기절한다. 그만큼 식견이 좁았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얼마 전 많은 언론사의 사회면을 장식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대다수 언론사들은 앞다퉈 ‘분윳값 벌러 성매매’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기사화 했다. 내용인 즉, 미혼모인 한 여성이 어린 아이를 두고 분윳값을 벌기 위해 성매매에 나선사이 영아가 숨진 내용이었다. 그런데 한번 만 더 파고들면, 이 사건은 미숙아로 태어난 어린 아이를 혼자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의 어려운 생활고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사연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앞서 한부모 관련 한 종사자는 우리사회의 모순된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었던 많은 사건사고 기사를 미혼모라서 한부모라서 일어난 사고로 기사화 된 점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기자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시선이 딱 거기까지라는 지적이다. 조금 더 식견을 넓혀 바로 사회가 이들을 져버린, 즉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는데, 본질적인 문제 파악 이전에 자극적인 제목이 나간 아쉬움이 큰 이유다. 

 출처=해브투뉴스

 

어디 기사 뿐 만이겠는가? 최근 우연히 접한 한 한부모 시설단체 협회장 선거홍보물에는 화합을 강조하며 ‘원장 해외연수’라는 공약을 내걸린 적이있다. “도대체 이게 뭐지, 이 공약이 왜 거기서 나와, 누구를 위한 공약이지’ 내 눈을 비벼보고 또 비벼봤다. 한부모를 위한 시설단체장을 뽑는 자리인데 정작 이들을 위한 공약이 아닌, 단지 각 시설의 원장을 위한 해외연수가 과연 한부모를 위한 시설이 맞는지 그들을 위한 공약이 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었다. 이런 내용에 박수를 쳤다면 이들 역시 바라보는 시선은 딱 여기까지인 것이다. 이제껏 한부모 입장에 서서 그들의 세계까지 폭넓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자기들의 자기들에게 자기들을 위한 선거였구나. 결국 이들도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우물안 개구리는 아니었을까?

사람은 항상 겸손하고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세삼 느끼게 된다.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보이는 세상은 딱 그만큼이다. 혹시 나 역시도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었나 되짚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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