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그 엑스포(EXPO)가 그 엑스포 아냐?
2030년 부산 엑스포의 성공적인 유치를 기원하며
하루
news@havetonews.com | 2023-03-28 12:38:58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자리 하나를 꿰 차고 앉았는데 앞자리에 중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얘기가 자연스레 귀에 들어왔다. 친구 한 분이 버스에 붙어 있는 작은 광고판을 물끄러미 보다가 물었다. 광고판에는 ‘2030 부산EXPO의 성공적인 유치를 기원한다’는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가 걸려 있었다.
“우리 대학 다닐 때 대전 엑스포라고 열리지 않았나? 머리에 별을 단 꿈돌이도 있었고, 놀이기구, 전시장 이런 거 엄청 많았던 거 같은데” 잠시 광고를 보던 다른 친구 분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대꾸했다. “그래 맞아, 그 때 우리 엑스포 놀러 가서 놀이기구 타다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이 후드득 땅바닥에 떨어져서 얼마나 웃겼는데” 두 사람은 삼십년전 추억을 소환하며 껄껄 웃었다.
그러다가 처음 친구가 머리를 갸웃하며 묻기를 “그러고보니 여수에서도 엑스포 했었는데? 2012년 인가? 대전도 하고 여수도 했는데, 굳이 부산에 또 유치하려는 이유가 뭐지?”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최근 TV광고, 인쇄광고, 하물며 유튜브, SNS를 보더라도 여기저기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내용이 넘쳐 난다. 민관이 함께 나서서 ‘K-엑스포’의 힘을 보여주자며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흡사 올림픽이나 월드컵 유치전을 방불케 한다.
사람들은 궁금하다. 대체 엑스포가 뭐길래? 왜 저리도 나라와 기업에서 두 팔 걷어 붙이며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건지. 짧은 기억으로는 대전엑스포나 여수엑스포를 유치 할 때도 저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2030년에는 뭔가 다른 게 있나? 아니면 엑스포에 ‘꿀을 발라 놓았나’ 싶은거다. 그런데 여기엔 다 그만한 사정이 있다.
엑스포(EXPO)란 세계 여러 나라가 참가하여 각국의 생산품을 합동으로 전시하는 국제 박람회를 일컫는다. 우리나라는 한때 ‘만국박람회’로 부르다가 중간에 ‘세계박람회’로 고쳐서 부르고 있다. 세계박람회는 매 5년마다 열린다. 년도의 숫자가 5, 0이 되는 해에 열린다.
어? 대전엑스포는 1993년, 여수엑스포는 2012년에 열렸는데? 뭐가 잘못된걸까? 아니다. 세계박람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엑스포(EXPO)는 크게 ‘인정엑스포’와 ‘등록엑스포’로 나뉜다.
인정엑스포는 정식으로 열리는 등록엑스포 개최 년도 사이에 끼어 열린다. 대게 등록엑스포보다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으며 전시도 한정적이다. 엑스포(EXPO)는 열고 싶은데, 유치를 할 만큼의 국가 역량이 있는 건 아니어서 제한적으로 대회 주최자 측에서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전엑스포와 여수엑스포 모두 ‘인정엑스포’다. 5년마다 열리는 엑스포(EXPO)가 ‘등록엑스포’라 불리는 진짜 엑스포인 셈이다. 기간도 길고 전시규모도 무한정이다. 흔히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린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아직 한 번도(등록)엑스포를 개최한 적이 없는 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30EXPO 예상 관람객은 3480만명, 총사업비는 6조5000억원이지만 경제유발효과는 60조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의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러니 유치에 열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거다. 이번에 유치에 성공하면 한국은 전세계 7번째 월드컵, 올림픽, 엑스포를 모두 개최하는 나라가 된다.
유치를 위한 주요일정을 보면 당장 4월 초에 국제박람회기구 실사단이 한국을 방문한다. 6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국가별 경쟁 PT가 있고, 11월에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PT 후 최종 개최지가 결정된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히지만, 분위기상으로는 우리나라가 좀 더 유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2025년 엑스포가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 오사카에서 열려 대륙안배 차원에서 다소 불리한 측면도 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우리나라에서도 ‘등록엑스포’인 세계박람회가 한번 정도는 열렸으면 좋겠다. 대전이나 여수의 엑스포가 애피타이저라면 이제 본식을 먹어봐야 되지 않을까? 이번 유치 성공이 물가와 금리인상 등 경제 불황에서 서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기회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2030년 부산 엑스포의 성공적인 유치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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