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金 Talk] “易地思之”

한부모 입장 일 백번 헤아려 볼 것

권일구

news@havetonews.com | 2022-12-23 12:01:52

 출처=해브투뉴스

 

맹자의 이루편 하(下을) 29장을 살펴보면, 옛날 중국 하(夏)나라 시절에 시조인 우(禹) 임금과 농업을 관장한 후직(后稷)과 공자의 제자인 안회(顔回)가 살고 있었다. 우 임금과 후직은 태평성대(太平聖代 어진 임금이 잘 다스려 태평한 세상)에 세 번이나 자기 집 앞을 지나가면서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나랏일에 열심 했고, 안회는 난세에 정말 가난하게 살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키는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태도를 잃지 않았다. 이에 맹자가 “우와 후직, 그리고 안회는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 서로의 처지가 바뀌었더라도 모두가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평했다. 우 임금과 후직도 난세에 살았다면, 안회처럼 행동했을 것으로, 여기서 나온 사자성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즉 다름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이다.

필자는 지난주 내내 코로나19 확진으로 반강제적인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시국 3년을 잘 버텼건만, 부모님을 시작으로, 처가댁 식구, 아내, 그리고 나 연달아 확진되면서 1주일이라는 시간을 방구석에 앉아 지냈다. 격리 해제되기까지 한 집에 있으면서 한 달을 가족 얼굴을 못보고 지냈다. 솔직히 반갑기 짝이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무사했고, 시간차를 두고 확진 된 운 좋은? 상황이어서 애들 끼니는 걱정은 없었다.

코로나19 극복기를 통해 살짝 다뤘지만, 몸이 찌뿌둥한 것이 평소 몸살기와는 살짝 달라 병원에 간 것이 결국, 확진이라는 통보와 함께 격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거의 무증상에 가까웠다. 살짝 목이 불편한가 할 정도가 끝이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솔직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격리 때는 무증상이라고 좋아했는데, 막상 움직이니 몸이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일단 내 정신이 아닌듯하고, 눈이 너무 불편하다. 오히려 지금 목감기와 콧물, 기침으로 약을 달고 산다. 결론은 무증상이든 아니든 코로나19는 피하는 게 좋다는 답을 얻었다는 것이다.

23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6만8168명, 누적 2853만4558명이 확진됐다. 12월 금요일만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일 5만2975명, 16일 6만6953명 등으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사망자도 18일 39명, 19일 56명, 20일 59명, 21일 62명, 그리고 이날 63명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심히 걱정스럽다.

필자 역시 누적 확진자 구성원이 되는 웃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격리 중에도 가족들이 서로 보살펴 하루 세끼 빠짐없이 식사를 하고 약을 복용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문뜩, 정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한부모 관련업에 몸을 담고 있으면서 이런 행복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

아이들을 둔 한부모의 경우, 내가 아파 몸져 누워버리면 아이들은 누가 돌볼까? 또 아이들이 아파 누우면 이들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마냥 부모님께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나를 케어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당장 이들을 위해 나라에서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초창기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땐 유급휴가와 함께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통해 경제적인 부분에서 만회를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국민의 절반이 확진된 상황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간에 기별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밀키트 지원도 사라진지 오래다.

솔직히 필자는 이들의 처지를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역시사지’라는 사자성어의 뜻을 이해하면서 조금 더 이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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