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EASY] 한부모 자녀들의 인권 ‘시급’
하나와여럿 한부모회 김진주 대표 인터뷰
권일구
news@havetonews.com | 2023-01-11 11:22:20
마을공동체사업으로 시작, 비영리 단체로 성장
하나와여럿 한부모회는 한부모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로 다양한 모습을 가진 가족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6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동대문구 마을공동체활동’으로 시작됐다.
동대문구 마을공동체사업을 통해 3가구가 모여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16~2020년까지 5년 동안 작은 예산을 받아 활동을 시작했다. 1년에 200만원이라는 돈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한부모 단체에게는 엄청난 에너지원이 됐다. 예산을 확보하면서 평일을 제외한 공휴일과 토, 일요일에는 아이들과 엄마들이 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공간이 없었기에 이곳, 저곳 공간을 대관하며 엄마들의 어려움과 정서적으로 힘든 부분을 공유하고 서로 토닥이며 몇 년을 지냈다.
마을 공동체 활동을 시작하면서 점점 참여하는 한부모 엄마들이 늘어나면서 작지만 단체를 조직하기로 하였고, 2019년 하나와여럿 한부모회(이하 하나와여럿)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됐다. 소모임에서 비영리단체로 조직되면서 “언니”에서 “대표”로 자연스럽게 호칭도 바뀌었지만 자신이 막 이혼했을 당시 필요로 했던 이혼한 엄마들에게 친정언니 같은 존재였으면 하는 마음도 더욱 커졌다.
그 사이 회원으로 활동하다 떠난 회원도 있었고, 재혼하는 회원도 생겼다.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단체의 역할 또한 달라지는 것을 실감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회원이 많아지고, 그렇게 회원이 모이면 그 힘으로 지자체와의 논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파워가 생긴다고 한다. 그럴 수 있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대표여야 하지만 생계가 우선인 상황에서 지역이 아닌 타구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마음아픈 현실이다.
최근 단체 홈페이지를 살펴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김진주 대표는 약 10여 년 전 이혼소송을 거쳐 3년 만에 법적으로 한부모여성가장이 됐다.
하나와여럿 김진주 대표는 “당시 나와 같은 상황의 한부모가족 단체가 너무나도 절실했다”며 “지금도 이혼을 준비 중이거나 법적으로 소송 중인 엄마들에게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한 순간부터 힘든 것이 아니고 이혼 전 갈등 과정에 있을 때 , 이혼하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 더욱 정서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이다. 정부와 지자체 는 법적한부모가 된 엄마, 혹은 아빠들 뿐 아니라 예비 한부모가족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원하며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한다. 어느 한 순간 한부모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혼 소송 중인 예비한부모들이나 가정폭력상황하에 있지만 이혼을 생각 할 수 없는 위기 한부모가족 또한 “위기사각지대다”라고 지적했다.
아파도 아플 수 없는 현실
김진주 대표는 이혼 당시 아이들은 고작 3살, 7살 이었다. 힘든 소송과정을 거친 후 법적 한부모가 된 순간부터 온라인상의 블로그, 한부모단체, 구청, 주민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이런저런 설명을 듣고 혼자 정보를 찾아다녔다. “나 같은 엄마가 또 있을텐데’, ‘왜 오프라인상에는 눈에 보이는 한부모가족도 한부모단체도 없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동대문구 교육복지센터, 구청, 동사무소에 한부모단체나 자조모임을 문의 했지만 동대문구에는 한부모단체가 없었다.
당시 김 대표는 “통계상 수치는 10%가 한부모 가족이라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한부모 가족구성원들은 존재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가족인가? 왜 그래야 할까? 등 남편이 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한부모 가족의 어려운 상황에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활동하는 한부모 단체마다 색깔과 규모 등이 매우 다르다. 김 대표도 하나와여럿을 양적으로 확대하고 싶지만 두 자녀를 양육하며 생계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단체에 집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여서 메인직업을 따로 있는 상태에서 주말을 이용해 단체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단체의 규모를 키울 수 없었다.
그는 “솔직히 한부모 엄마는 아플 수도 없다”며 “아파서 병원에 갔을 때 ‘입원하세요’라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 병원 가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한부모가족 가장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불안감과 양부모가정의 자녀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어쩔 수 없이 자녀교육에 충분히 지원할 수 없는 현실에 심리적으로 죄책감과 불안감등이 몰려온다고 한다.
실제로 2021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이 아니더라도 2020년과 2021년만 비교해도 1인당 30만2000원에서 36만7000원으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두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장이라면 그야 말고 평균으로 지출한다고 해도 수입 중 73만4000원을 자녀 교육에 투자 할 수 없다. 투잡, 쓰리잡으로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일해야 하는 이유다.
초,중,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가장은 학부모들과의 인적네트워크를 가지기 힘든 구조에 처해 있다. 그나마 초등 저학년일 때는 반 친구 엄마들과 단톡으로 1년 동안은 묶여 있어서 학교정보 등을 공유하지만 고학년이 되어 반모임같은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전혀 그들과 교류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보통 이혼한 가족은 이혼 전에 살던 동네에 지속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에 전혀 새로운 동네에서 인적네트워크를 쌓기는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해서다. 게다가 경제활동이 우선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 등교 후 브런치 모임에 참여 할 시간은 더더군다나 없다.
그는 “한부모 여성가장은 지역사회의 인적 네트워크의 부재를 실감하면서도 그 부재를 해소할 방법이나 외로움 느낄만한 시간조차도 없다”며 “그 외로움은 우리에게는 사치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마을공동체 활동 시작해서 거의 주말마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단체 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것도 현실이고, 현재는 단체회원 및 후원회원확대 부분이 가장 큰 숙제라고 김 대표는 부연한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 걱정
한부모 카테고리는 정말 다양하다. 한부모 가족안에 이혼만이 아니라 사별가족 또한 포함되는데 이들은 또 다른 상황이다. 이혼의 경우에도 협의이혼, 재판, 별거 등 다양한 상황이 있다. 그의 입장에선 아이들에게 정서적 상처를 주지 않고 각자 부모의 역할을 하는 별거는 오히려 훨씬 나은 경우다. 사별가족의 경우도 사고사, 병사, 자살사 등 다양하다. ‘한부모 가족은 이혼가족’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통계상으로는 조손가족, 미혼모가족도 포함돼 있다.
한부모가정의 시급한 문제는 아이들 연령에 따라 또 다르다. 김 대표의 경우를 살펴보면, 결혼과 출산이 남들 보다 대략 10년이 늦었다. 아이가 몇 살이냐에 따라 어려움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덕분에(?) 그는 1978년생 엄마로 살고 있다. 아이들이 미취학일 때는 어린이집 픽업시간과 퇴근하는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픽업하는 부분이 힘들었고,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니 사교육비부분이 제일 걱정이라고 한다. 결국은 돈 문제다.
엄마의 건강상태에 따라 또 다르다. 엄마가 장애인 경우, 자녀가 장애인 경우는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맞춤식 지원은 별로 없다고 지적한다. 장애아를 둔 엄마들은 장애아이를 키우는데 대한 의료급여, 정서지원사업 등의 국가차원의 사업을 통해 치료를 받고는 할 수 있는데 생계, 즉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그 많은 시간에 정작 일을 못한다. 결국 생계급로 생활해야 하고, 경력단절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특히 자녀의 장애정도가 애매모호한 경우에는 장애활동 보조사지원 조차도 활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러면 진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경력단절상태를 유지하며 평생 아이보다 하루 늦게 세상을 뜰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절대정명의 상태에서 자녀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는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아이를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양육하는 부모에게 지급해야 마땅한 양육비지급”라고 말한다. 이것이 해결이 안되면 한부모 가족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국가에서 배드파더스를 운영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경제 문제다.
남성 단체는 왜 없나
한부모단체내에 남성 한부모 회원들은 더러 있다. 김 대표는 “실제 아이들 양육의 약 80%를 한부모여성이 담당한다”며 “물론 한부모 아빠도 홀로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어려움은 한부모여성가장과는 종류와 정도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솔직히 그도 남성 한부모 단체는 왜 없는지 궁금해 한다. 남성한부모단체가 만들어진다면 한부모 남성 가장들의 큰 힘이 될 뿐 아니라 많은 회원들이 반가워 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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