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씨! 토로록]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거기 임산부 보호석이에요~

전진혁 기자

haveto@havetonews.com | 2023-05-25 11:19:40

 전진혁 발행인지난 24일 7호선 고속터미널역 3-2 승차칸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퇴근시간 전이라 한가했지만, 이미 자리는 만석이고, 저는 자연스럽게 출입문 옆에 기대어 섰습니다. 제 바로 옆에는 엄마와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미 제가 승차 할 때부터 다정스러운 모자의 대화꽃은 피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문제 하나 낼게요.

 


[인성수학능력평가 언어영역 3-2번] 다음 대화를 보고 밑줄 친 곳에 들어갈 가장 자연스러운 말을 고르시오.
아들 : ~~~어쩌구저쩌구 엄마 우리 주말에 어디 놀러가?
엄마 : 아니, 왜
아들 : 아니구, 나 그럼 XX네 파자마파티 가도 돼?
엄마 : 너는 곧 있음 중학교 될 애가 공부는 안하고 무슨 어쩌구저쩌구..
아들 : 아니, 저번에 XX랑 XX집에 갔었는데, 아줌마도 꼭 오라고 했단 말야. 나 갈래
엄마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안돼. 그건 XX엄마가 예의 상 한 말이지, 왜 연휴에 친구네 집에 가서 피해를 줘?
2. 혼날래. 네가 지금 몇 년 후면 중학생인데, 놀러 다닐 시간이 있다고 생각해?
3. 단지 어딘데? 집은 커? 걔 아빠는 뭐한데? 엄마는 집에 있어?
4. 그래. XX엄마가 허락해주셨다고 하니 보내주지만, 얌전하게 잘 있다가 와. 알았지?
 

여러분 과연 답은 무엇일까요?
“3번”

아이엄마의 말을 듣고, 저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제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보려 노력했습니다.
- 단지 어딘데? : 친구네 집이 너무 멀면, 혹여나 파자마 파티를 하다가 위급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서 물어볼 수 있겠다.
- 집은 커? : 잠시 놀다 오는 것이 아닌, 하루를 자는 것이기에 혹여나 아이들 때문에 공간이 부족해 가족들의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
- 걔 아빠는 뭐한데?............. 걔 아빠는? 아빠는 뭐한데??? : 이 부분은 일반적인 인성을 가진 수험생이시라면 쳐다보지도 않을 문항이겠죠.

사회통념상 그리고 47년을 살아온 제 경험상, “아빠는 뭐한데?” 라는 말은...아이가 집에서 혼자있는데 심심하다고 자꾸 엄마한테 보채고 또 보채다, 화가 난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 정도?


그리고 지금부터 아이랑 안놀아주면 소파에 누워서 TV만 보는 당신은 내게 맞을 수 있다. 라는 강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되겠죠.

왜 아이가 친구네 집에 파자마 파티를 가는데, 아빠가 뭐하는 지를 알아야 합니까?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는 과거 부산을 배경으로, 친구간의 찐 우정과 사랑, 그리고 좌절과 배신,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품은 액션느와르의 대서사시 “친구”의 광규 형님이나 하실 말씀입니다.


그 다음 아이가 하는 말은 제가 분석하느라 놓치긴 했는데, 결론은 가기로 허락을 맡은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친구아빠가 파자마 파티를 할 수 있는 적합한 일을 하시나 봅니다. 물론, 친구 엄마도 집에 있고요.

순간, 미팅가는 길이 씁쓸했습니다. 덕분에 선배 만나 많이 마셨구요.(원래 남 탓하는 것을 즐김) 저는 임산부 보호석에 앉아있는 어머니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반대쪽 출입문쪽으로 갔습니다.
“아줌마! 아줌마 신랑은 뭐해요? 그리고 거기 임산부 보호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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