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아바타(Avatar)가 온다
내 인생의 아바타는 결국 ‘나’
하루
news@havetonews.com | 2022-12-15 10:31:43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극장에 걸렸다. 가히 제왕의 귀환이라 할 만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단돈 1달러에 영화 ‘터미네이터’ 판권을 팔면서 자신을 감독으로 써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영화판에 등장했다.
이후 에일리언2, 어비스, 타이타닉 등 무수한 히트작을 남기며 할리우드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2009년 개봉한 영화 ‘아바타’는 해외 영화로는 최초로 국내 관객 1천만을 넘긴 블록버스터다. 컴퓨터 그래픽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지금 다시 봐도 어색하지 않다.
여기에 ‘3D 영화’라는 새로운 관람 문화도 만들어 냈다.
그 대단한 영화가 2편 ‘물의 길’로 돌아온 것이다. 사전 예매율이 90%를 육박한다니 인기를 실감하고도 남겠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불어오는 훈풍이라 할 만하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는 ‘아바타’란 단어를 아는 사람은 몇 없었다. 영화가 개봉된 후에야 비로소 이 단어에 친숙해지기 시작하더니 마치 고유명사처럼 여기저기 쓰였다. TV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인에게 조종돼 엉뚱한 짓을 하는 모습은 웃펐다. 당연히 ‘아바타’는 제임스 캐머런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 낸 가상 단어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최근 각종 예능에 ‘부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도 따지고 보면 아바타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다른 사람으로 사는 것, 일종의 ‘화신’이 되는 것은 꽤 흥미로운 일이다.
‘아바타’는 캐머런 감독이 만들어 낸 단어가 아니다. 이 단어는 놀랍게도 인도 신화의 힌두 사상에서 유래됐다. 인도 신화에서 말하는 아바타란 ‘신이 세상에 내려올 때 나타나는 여러 가지 모습을 이르는 말’로 특히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열 가지로 화신하는 인도의 신 비슈누를 일컫는다.
비슈누는 거북이, 사자 등 동물이나 사람, 나아가 석가모니 등으로 세상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생소한 단어가 영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쓰이고 있다니 놀랍다. 대중문화의 힘이다.
살다 보면 가끔 손오공처럼 ‘분신술’이라도 써서 자신이 몇 명 더 있었으면 할 때가 있다. 한 명은 회사를 다니고, 한 명은 집안일을 하고, 한 명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또 한 명은 그냥 하루종일 잠만 자고...
진짜 나는 그 중 하루종일 놀거나 자고 싶은 분신이었으면 바란다. 다른 분신들은 아바타 부리듯 조종하면서 쾌감을 얻는다.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기에 그냥 상상만 해도 뿌듯하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진짜 나는 누구일까 의심하며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누국가의 조종을 받으며, 온전히 나 자신으로 살 수 없게 된다. 분신 하나가 뜻을 벗어나 사라지지 않은 채 평생 남으면 낭패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음을 뒤늦게 깨닫곤 땅을 치게 된다. 소심한 얘기지만 내 인생의 아바타는 결국 내 자신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결심을 가지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따라 삶은 그 방향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엔 내 감성을 조종해 극장으로 달려가야겠다. ‘물의 길’을 보면서 ‘나의 길’을 모색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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