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EASY] “만사에 ‘감사’ 마음, 학폭 예방될 것”
정재준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소장 인터뷰
권일구
news@havetonews.com | 2023-05-17 10:26:02
이미 20여년 전 부터 학교폭력(이하 학폭) 예방 관련 업무를 해왔던 사람. 직장생활을 사무관인 공무원으로 시작해,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으면서 사비를 들여 운영 중인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를 설립한 그. 첫 인상부터 깔끔하고 인터뷰 내내 자신감 있는 목소리 그리고 그의 시선은 기자를 단번에 사로잡은 그런 힘이 느껴졌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 내 둥지를 튼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정재준 소장을 만나 학폭 상담부터 예방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재준 소장은 연구소 뿐 만아니라,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에서 학교폭력예방 전담교수로 매학기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가교육위원회(이배용 위원장) 전인교육 특별위원과 경기도 교육청(임태희 교육감) 자문위원 등 대한민국 교육개혁 정책에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학폭 관련 석·박사...집중 연구만 10년”
최근 학폭과 관련한 이슈가 봇물 터지 듯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여자 배구선수부터 ‘더글로리’라는 드라마 등 사회적 이슈에 영향을 받아 이 일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질문들이 많은데 정재준 소장은 이미 20여년 전 부터 학폭사건 업무와 관련을 맺고 있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지난 1999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년분류심사원에서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자연스레 학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이에 ‘청소년 사이버 범죄 연구’로 석사를 ‘청소년 범죄의 한일 비교’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후 포닥으로 미국의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 연구원에 있을 때 ‘미국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관한 연구’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저널에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학폭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가 2012년으로 집중연구를 시작한 것은 10년이 넘은 것.
정재준 소장은 고려대 법학과 강사 시절 청소년 범죄의 다이버전을 강의했고 이때 쓴 대표적 논문이 ‘일본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관한 연구’다. 지난 여름학기부터 매학기 성균관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교폭력예방 대책 및 학생의 이해’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때론 상담실, 때론 교실, 때론 강의실이 되는 ‘한국학교폭력예방연구소’
연구소에서는 크게 3가지 일을 하고 있다. 가장 큰 일은 바로 학교폭력 가해자 피해자 상담이다. 정재준 소장은 “이 지역에 둥지를 튼 것은 구리, 남양주시는 1년에 학교폭력이 약 1,000건 정도의 신고가 발생하는 지역이다”며 “1주일에 평균 2건 정도를 상담하는데 미약한 대처를 하고는 있지만 지금 연구소만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지 않은 학교폭력 사건이 변호사와 유료 상담을 진행한 뒤 소송으로 가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연구소가 올 봄 경기북부경찰청 지정 사랑의 교실로 선정됐다. 매달 10여명의 비행청소년을 남양주 남부경찰서에서 치료 교육차 보내오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이 청소년들의 교육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 강사 육성이다. 정 소장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모든 초중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매 학기 1회 이상 실시해야 한다”며 “그러나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교과목 외에 시간 편성이 되어 있지 않은 이유로 실질적인 예방교육을 내실 있게 실시하는 학교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폭력 예방 강사는 매우 드문 직종이기 때문에 여기서 강사들을 육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재와 유튜브 강의(정재준 학교폭력전문TV)를 제공하고 실제 시강(試講)을 통해서 수료증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 학교폭력 상처 ‘최소화’
학폭을 신고하거나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면서까지 상담을 원하는 피해자가 있나 싶지만, 정 소장은 “절실하거나 답답하면 해결을 위한 문을 두드리게 돼있다”며 “그러니까 여기 연구소를 찾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사실 학교폭력뿐 아니라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상담도 많이 있는데 연구소에서는 학교폭력 상담의 경우 5가지 내용을 지적해 준다.
▲연구소 상담은 거의 무료로 진행되며 상담 내용의 개인 정보는 모두 보호된다는 점 ▲상담한 학교폭력이 학폭으로서 성립할 것인지의 여부 ▲학폭 사건이 학교내에서 자체해결될지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로 갈지에 대한 여부 ▲교육지원청 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처분 예측과 이의제기 방법(행정심판, 행정소송) ▲경찰 고소 등 사법처리 절차가 어떻게 발전될지에 대한 예측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상담이 오면 피해자 연락처를 통해서 피해자 상담도 가능한지 여부와 그 반대의 경우도 항상 묻는다”며 “그 이유는 가해자-피해자와의 연결을 통해서 합의(회복)을 도모하려는 데에 있으며(회복적 정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학교폭력의 상처를 최소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나와 가까운 부모와 교사, 학폭 예방 지름길
정 소장은 쉽게 할 수 있는 학교폭력 예방법은 가장 가깝고 쉬운 자리에 있는 부모와 교사로부터 나온다는 주장이다.
그는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은 부모로부터 나온다고 보는데 가정폭력, 아동학대, 부모가 남발하는 욕설 등은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아이들에게 욕설을 들려주지 말아야 하고, 학교폭력의 징후를 사전에 잘 파악해야 하며, 학교폭력 사건 발생이 피해학생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경우는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 또 강조했다.
이어 교사는 자신의 학급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점에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먼저, 학교폭력의 근원은 가정폭력에서 나온다. 가정통신문 학부모와의 상담 등을 통해서 아이가 폭력을 경험(보고, 듣고)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폭력 원인 중 1위는 ‘장난삼아’, 2위는 ‘이유 없이’다. 이 두 가지 원인이 전체의 60%에 육박한다. 따라서 학급 분위기를 혼돈이 아닌 정갈하게 유지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의 원인 중에서 보이지 않는 원인 제공이 바로 교사의 일관적이지 못한 훈육과 무관심이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는 “예방교육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친구들(대부분 방관자로 기능해 옴) 바로 방어자에 대한 역할”이라며 “학교폭력이 발생할 기미가 보일 때 주위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멈추게 하는 것이다. 교육부 캠페인 중 ‘멈춰!’ 프로그램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타 학교폭력 예방법 내지 대처법으로 언급되는 것들로 “연예인 위촉대사, 학폭예방 캠페인, 학폭내용 교과화(국어, 영어), 터치소리, 무학폭 100일, 학폭예방 암행어사, 학교상담소의 환경 개선, 사각지대 CCTV 설치 등 환경재설계를 통한 예방(CPTED), 수호천사(또래 재판), 역할연기(카드 게임 등)”라고 조언했다.
‘감사’와 ‘사과’의 뜻 끊임없이 주입하라
정재준 소장은 형법(형사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인간의 범죄는 마음에서 나오며, 형사법적 용어로 이를 ‘고의’라고 부른다. 그는 “학교폭력 사건도 비슷한 맥락으로, 만사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학교폭력은 예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사의 생활이 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불만이 아닌 감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감사를 억누르는 현실이 욕심이며, 이런 욕심들이 가득차 있다면 그 사람의 머리속에는 감사가 떠난다”고 꼬집었다.
또한, 학폭 발생 시 이를 잘 수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바로 ‘사과’다. 양측이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자신의 과실이 조금이라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학폭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있는 것이다. 학폭 사건은 초기에 ‘사과’와 합의로 종결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과가 아닌 ‘고소’와 ‘증거있어?’라는 말이 횡행하고 이는 학폭 사건을 어른들의 싸움으로 끌고 가는 엄청난 전환점이 된다”고 지적하며 “양측이 모두 사과와 반성을 동시에 진행될 때 심의위에 갈 일도, 더 이상 상처받을 일도 없어질 것이며, 사과와 반성은 학폭을 구제할 또 다른 손쉬운 해법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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