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겨울 걷기의 즐거움

잘 여문 햇살과 바람이 당신의 세포를 깨울 것

하루

news@havetonews.com | 2022-12-13 09:22:25

  하루수다 출처=하루

 

걷는다. 이왕 걷는거 최대한 많이 걷는다. 적어도 1만보는 넘겨야한다. 어른 걸음으로 빠르게 7km 정도 걸어야 1만보다. 넉넉히 80분은 걸린다. 당연한 얘기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 걷기에도 좋다. 적당한 바람을 맞으며 제철 꽃들과 나무들을 보면서 계절을 온전히 담아낸다. 아스팔트 길을 걷다가 흙 길을 걷다가 다시 시멘트 바닥의 길을 밟는다.

발에 닿는 촉감이 다 다르다. 발바닥을 타고 오는 묘한 긴장감이 재미를 더한다.
간혹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억지로 억누른다. 나이를 먹고 함부로 뛰면 큰일 난다고 어느 후배가 일러주었다. 아주 어릴때 “뛰지 마 뛰지 마. 넘어져 다쳐” 하던 것이 나이를 먹어도 똑같이 “뛰지 마세요. 뛰지 마세요. 다쳐요” 하니까 삶이 참 신기하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처럼 세월이 거꾸로 가는 기분이 든다. 겨울 걷기는 조금 다른 얘기다. 한 겨울에 밖에 나가 걷는 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두꺼운 파카와 기모 바지를 입어야 하고 비니에 목도리도 챙겨야 한다. 막상 밖을 나가면 칼바람에 양 볼이 얼얼해지기 일쑤다.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다. 한 걸음 뗄 때 마다 한기가 올라온다. 후회와 갈등의 시간이 잠깐 스친다. 이왕 나왔으니 조금 더 걷자는 오기가 생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2km 정도 걸으면 몸에서 열이 올라온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걸으면 신기하게도 등줄기, 뒷목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비니를 뒤집어 쓴 머리에도 더운 열기가 훅 밀려온다. 칼바람이 갑자기 고맙게 느껴진다. 체감 온도는 이미 영상권. 뭔가 큰일을 해낸 기분이다. 그 상태로 10km 정도 걸으면 웅크린 몸이 활짝 펴져 날아갈 듯 가벼워진다. 가슴 속 답답함이 한 번에 다 사라지고 머리도 꽤 맑아진다.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호사가 따로 없다. 마치 영화 <러브스토리>의 남자 주인공이 된 것처럼 눈밭을 쏘다닌다. 마주치는 사람도 몇 없어서 나만의 겨울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된다. 겨울 걷기의 묘미다.

성한 다리로 365일 걸을 수 있다는 건 행복이다. 일본 작가 나가오 가즈히로는 그의 책에서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고 했다. 더 나아가 ‘뼈가 부러졌더라도 2차 골절을 막으려면 반드시 걸어라’며 ‘걷기는 공짜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이라고 했다. 거창한 예찬이 아니다. 생활의 공식이다. 춥다고 집 안에서만 웅크리고 있으면 몸은 더 처진다. 건조한 실내 공기에 머리도 지끈 거린다. 마침내 방 안 보일러와 ‘헤어 질 결심’이 생긴다. 보온에 신경 쓰고 결연히 문 밖으로 나가 보자. 잘 여문 햇살과 바람이 당신의 세포를 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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