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수다] 정신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니?
세상에서 가장 고귀 한 존재 ‘나’
하루
news@havetonews.com | 2022-12-26 07:36:34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외계 은하를 꼽으라면 단연 ‘안드로메다 은하’일 것이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 은하와 인접한 이웃 은하다. 만화 ‘은하철도999’에서 철이와 메텔이 향한 종착지도 다름아닌 이 은하였다.
북쪽 밤 하늘을 올려다 보면 가끔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할 만큼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이웃이라고는 하지만 빛의 속도로 250만년을 가야 닿을 수 있을 만큼 멀다. 우스개소리로 ‘정신을 안드로메다에 두고 왔냐?’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럼 우리가 속한 은하의 이름은 뭐냐고? 싱겁지만 그냥 ‘우리 은하’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galaxy에서 관용사 the를 붙여 ‘The Galaxy’라고 한다.
뜬금 없이 왠 타령이냐고? 은하, 나아가 우주라는 단어가 갖는 원대한 무게감을 생각해보고 싶어서다. 어렸을 적부터 우주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이 많았다. BBC의 다큐멘터리를 찾아 보고 관련 서적을 뒤적이면서, 우주란 건 정말 상상 초월이구나 감탄했다.
안드로메다 같은 은하가 우주에 수천만개나 있다는 사실에 경외심 마저 생겼다. 인간이 ‘관측 가능한 우주’가 이 정도인데 관측이 불가능한 우주의 다른 모습은 또 얼마나 대단할까?
우리 은하에 속한 지구는 우주 속 작은 티끌도 되지 않는다. 한없이 작고 하찮은 행성일 뿐이다. 60억 인구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얽혀 사는 땅이다. 우리는 매일 매일의 일상에서 행복, 슬픔, 분노 등을 토하면 산다.
태어난 죽을 때까지 티끌보다 작은 한 행성에서 임무를 다한다. 우리가 평생 꾸는 꿈, 숱한 기억, 희망이 어쩌면 저 우주보다 더 크고 고귀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까?
최근 모 TV 예능에서 명왕성이 태양계 아홉 번째 행성이 아닌 소행성으로 분류된 것을 두고 출연자간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한 출연자가 명왕성이 어엿한 행성이 아닌 소행성134340으로 불리는 것을 섭섭해하자 한 천문학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명왕성은 사람들이 자기를 뭐라고 부르든 서운해하지 않을 거예요.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라는 것은 대단히 슬프거나 비극적인 일이 아니라는 거지요.” 자신을 뭐라고 부르든 본질은 바뀌지 않으니 섭섭해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다. 한 사람의 인생이 별이 되고, 그 별이 촘촘히 모여 우주가 된다. 각각의 존엄성은 각기 다른 색깔로 빛난다. 옆에서 험담하거나 뒷말하는 사람들은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들은 악의를 가지고 사람들을 펌하하지만, 25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쓸쓸히 떠도는 작은 운석일 뿐이다.
“남들이 보기엔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 뿐 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을 동경하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과 자연,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심채경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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